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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행정편의주의의 민낯어안 최상호(시조시인·본지논설위원)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20.02.20 10:25
  • 호수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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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SKY 출신들이 9급 공무원선발에 힘쓰고 있다는 뉴스를 본다.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공무원임용시험 합격인 것이다. 그러나 고생문을 뚫고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정년에 이르기까지 무사안일과 철밥통의 특혜를 누린다.

요즘 들어서 ‘전형적인 공무원’이란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많다. “전형적인 공무원이다”는 말에는 ‘착하다’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융통성이 없다는 비판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큰 잘못만 저지르지 않으면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은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한 손에는 자를 들고 다른 손에 규정집을 들고 있으면 되는 일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을 방해하고 민원인을 괴롭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직자로서 사명감이 넘치기까지 한다. 자신도 모르게 행정편의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에 2층을 보수하면서 비 가림시설을 했는데 재건축설계에 들어있지 않다고 철거하라는 당시 주민센터의 통고를 받고 당혹스러워했던 적이 있다. 이웃집의 비슷한 시설물에 대한 동일한 조치가 있었는지를 따져본 뒤에 ‘묵인’이라는 해결책으로 봉합한 뒤 스스로 부끄러웠다.

행정 관청에서 시민이나 민원인의 입장에서 제도와 규칙을 바꾸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행정 관청이 공무원의 입장에서 편리한 쪽을 선택하면 민원인은 불편해진다. 이러한 행정 행위를 행정편의주의라고 한다. 행정편의주의는 ‘재량권 축소’라는 의미와도 연결돼 있다.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려면 우선 공무원들이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또한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무엇보다 청렴해야 한다. 따라서 부지런하고 청렴한 공무원은 그렇지 못한 공무원에 비해 더 많은 재량권을 갖게 되며 신바람 나는 행정을 펼칠 수 있다.

행정편의주의에 따른 일 처리로 문제가 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버들 류(柳)의 호적상 한글 표기를 ‘유’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예규 때문에 소송까지 갔던 성씨 표기 논쟁은 결국 모두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 났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민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는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유가족들을 또다시 슬픔에 빠뜨린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세월호 참사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집에 병무청이 보낸 입영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아직 사망신고를 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지만 누군가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 측에서 희생된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해 큰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학교 측은 이들을 모두 제적 처리하면서 유가족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경기도교육청과 정치권이 나서 희생자들의 학적을 되돌리기는 했지만 유가족들이 이미 받은 상처는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단원고의 사례는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자화상이다.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지난 대통령탄핵에서 보았듯이 공무원들의 무사 안일한 업무처리 방식과 상명하복의 철저한 복무 태도는 고질적인 병폐였다. 윗선의 지시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때문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그 잘난 고위공직자 중에서 단 한사람만 공복의 자세가 되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태였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호들갑을 떠는 선량들 중에서 평소에도 직분을 지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던들, 이토록 많은 전문가 내세우는 방송사 언론사에서 정론직필에 힘썼더라면, 이런 부끄러움을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 모두가 행정편의주의에 물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통절한 반성을 해야 할 때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꽤 많은 공직자들이 출사표를 내고 여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는 보도를 본다. SKY졸업생이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뭔가 이상한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정녕 이 땅에서는 공무원이 되고, 국회의원이 삶의 최종목적지인가?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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