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진영논리란 자기가 속한 진영의 생각은 무조건 옳고 반대편의 생각은 무조건 그르다는 논리를 말한다. 우리사회에는 유난히 진영논리가 심각하다. 서로가 서로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상대가 하면 불륜이)이라고 하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 심지어 친구 간에도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투고 헤어지기 일쑤다. 극단적 소모전이며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사회의 진영논리가 이렇게 된 연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 연원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대립되는 정치세력이 둘로 나뉘게 되었다. 하나는 이승만의 자유당에 뿌리를 둔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진영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력을 친일에서 출발한 부도덕한 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주의를 요구해 온 반이승만 진영이다. 우리현대사에서 전자는 주류를 형성했고 후자는 만년 야당으로 투쟁해 왔다.

언론에서는 전자를 보수라 하고 후자를 진보라고 하는데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둘 다 진정한 보수도 아니고 진정한 진보도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반이승만 진영이 정권을 집은 기간은 김대중 5년, 노무현 5년, 문재인 3년 정도 되었으니까 13년 정도다. 70여년 현대사에서 전자가 대부분의 기간 정권을 잡아왔다. 그러므로 전자를 주류, 후자를 비주류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중도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 두 진영을 모두 그르다고 하는 양비론의 입장이다. 그러나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지지로 수립된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를 해산하고 친일파에게 일제 때의 지위를 그대로 계승하게 했다. 그리고 반공을 정치 이념의 중심에 두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정권도 반공을 중심에 두고 민주세력을 탄압해 왔다. 게다가 북에서 남하한 기독교 지도자들과 합세하여 더 강한 반공 동력을 얻게 되었다.

독립투사들과 독립투사의 후예들은 주류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다. 비주류는 주류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사람들이 해방된 나라에서 홀대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주류 진영은 4.19와 5.18을 거치면서 많은 학생과 민주인사들이 민주의 제단에 목숨을 바쳤다. 비주류가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잘 사는 나라다.

5.18과 6월 항쟁으로 세력을 형성한 비주류는 김대중과 노무현의 10년간의 정권을 이어가게 되었다. 주류는 이를 잃어버린 10년이라 하면서 전방위적 공격을 가했다. 견디지 못한 노무현은 스스로 서거하고 말았다. 다시 정권을 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이 드러나 촛불혁명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촛불혁명으로 다시 비주류인 문재인 정권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표방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의 정착이다. 주류는 비주류 정권을 인정할 수도 견딜 수도 없다. 주류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문재앙이라고 하고 문죄인이라고 한다. 문재인을 빨갱이라고 하고 이대로 두면 공산화가 되어 기독교인을 비롯한 주류를 모두 죽일 거라고 한다.

삭발과 단식, 장외투쟁으로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최후의 항전이다. 기독교인의 5%로 이루어진 한기총과도 연대한다.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려는 비주류 진영과 그간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주류 진영의 대결이니 격렬하고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결정권은 이른바 중도라는 분들에게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분들이 우리는 왜 이토록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가를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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