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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봉의 문화읽기[219] 우울한 입춘방(立春榜)최대봉(작가)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20.02.07 11:17
  • 호수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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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이청초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해야 할 정초(正初)부터 그놈의 난 데 없는 바이러스 이야기로 뒤숭숭하더니 입춘(立春)을 맞은 오늘, 확진자가 벌써 열다섯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 아니라 ‘외부인 출입금지’를 입춘방(立春榜)으로 붙여야 할 판이다. 발원지인 중국은 환자가 2만을 넘고 사망자도 4백여 명이라는 소식이 더욱 불안을 부채질 하고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선제적이고도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전혀 선제적(先制的)이지 않고 강력한 것 같지도 않디. 미국, 호주, 북한 등 많은 나라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통제하고 있건만 우리 정부는 입국통제를 검토 중이라고 하더니 어제서야 뒤늦게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입국자, 그것도 지난 14일 이내의 방문자에 한해서만 통제한다고 하니 전혀 선제적이지 않고, 확진자 몇 사람이 음식점, 극장, 면세점 등을 휘젓고 다니고 심지어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정동진까지 장거리 여행을 하도록 방치해 3차 감염 의심자까지 생겨나게 했으니 강력하다고도 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나 방역당국,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철저하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신문, 방송 등 모든 매체들은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온통 이 바이러스 얘기뿐이지만 이 지면에 그 얘기를 보태는 것은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새롭게 다져야 할 때임을 다시 한 번 더 환기시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중국 후베이 성의 우한(武漢)시의 수산시장에서 발원했다고 해서 ‘우한 폐렴‘ 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2019 n-CoV)이라는 이름이라든가 2009년의 ’신종 플루‘라는 이름에서 보듯 신종(新種)이라 말에서 바이러스는 더 큰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균(박테리아)과 다르다. 세균의 1/100만 크기여서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방명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다. 세균은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증식할 수 있는 생명체지만 바이러스는 가장 간단한 단백질로 이루어져 생명체의 세포를 숙주로 해서만 존재하면서 증식과 변이를 계속한다. 세균은 항생제로 죽일 수 있지만 이놈은 백신 등의 제한적 방법으로 단지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새로 개발된 백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늘 새로운 얼굴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온 그 보이지 않는 적들은 전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14,5세기의 유럽 사람들은 흑사병의 공포 속에서 살았다. 쥐벼룩들이 옮긴 그 병으로 2500만 명 이상이 죽었다. 당시 유럽 인구가 8000만 명 정도였으니 1/3의 인구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의 미이라에서 감염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만 보더라도 천연두 바이러스의 역사는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21년, 잔인한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이끄는 600명의 에스파냐(스페인) 병사들이 신대륙의 유카탄 반도에 상륙했다. 오늘날의 멕시코에 터 잡고 살아가던 아즈텍 사람들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간 것은 총 때문이 아니라 백인 정복자들이 그들에게 옮긴 천연두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전쟁은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미국의 한 병영 막사에서 100여명의 병사들이 원인 모를 고열과 함께 감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1916년 미국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선언하고 프랑스 전선으로 보낸 부대에 배속된 그 100명의 병사들이 어떤 비극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몰랐다. 1918년에 이르러 스페인 독감으로 명명되어진 그 바이러스는 발병 원인도 밝히지 못한 채 1차 대전의 사망자 수의 세 배가 넘는 4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도 모르는 이 보이지 않는 적들은 확실한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의 몸을 숙주로 해서 음속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만도 우리는 2003년의 사스, 2009년의 신종플루, 2015년의 메르스 등 새로운 변종바이러스들의 공격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방역당국은 당국대로 그야말로 선제적이고 강력하게 모든 감염통로를 차단해야 할 것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당장 정쟁(政爭)을 멈추고 정부를 도와야 할 것이다. 모든 감염의 통로는 손이다.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고 외출할 때는 꼭 방역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새해와 함께 찾아온 이 반갑지 않은 손들을 깨끗이 박멸해버리고 명랑하고 발랄하게 새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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