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깃발횟집

- 김만수

형은 왜 깃발이라는 말을 횟집 앞에 붙였을까
바짓가랑이 휘날리며 오라는 말인가
축항 끝머리 얼쩡대는 버린 개들을 부르는 신호인가
옥상 가대에 빈 깃대라도 하나 꽂아놓지
형은 왜 그의 가슴 속에 물결쳐 오는
깃발을 횟집 이름으로 썼을까

오늘은 파도가 높다
형이 든 깃발은 작고 좁지만
가득 소리를 품고 있어서
바람 부는 날이면
세차게 세상을 치는 소리가 난다

설머리 여밭에 물이 넘으면
어통소 앞 배를 끌어 올리고
몇 몇은 내항으로 배를 맡기러 가는 동안
바람을 모아 다시 깃발을 만들어 내다 거는 집
깃발들이 끝없이 물결쳐 오고 몰려가는
방파제 앞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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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형은 왜 횟집이름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깃발이라는 이름을 간판으로 내 걸었을까요?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아! 누구인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아는 그는. // 횟집주인 형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는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을 다시 외워보게도 한다. ‘바람을 모아 다시 깃발을 만들어 내다 거는 집’의 회 맛보다 주인 형이 사뭇 궁금하다. 깃발도 없이 이름만 깃발인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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