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1979년 파리2대학의 로베르 포리송 교수는 홀로코스트는 조작되었으며 히틀러는 종족이나 종교가 다르다고 단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나름대로 수집한 근거 자료에 의한 글이었다. 범죄자들은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그는 그걸 몰랐다. 그의 글이 발표되자 그에 대한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의 글은 금서가 되었고 엄청난 비난을 받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다. 그러나 많은 지식인들이 로베르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다. 촘스키도 그 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신나치주의자란 말도 들었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로베르의 글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에서 표현의 자유는 모든 자유에 앞선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한다. 그 가운데서 민중들의 합의에 의해 최선의 결론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뜻이리라.

막말과 표현의 자유는 다르다. 표현의 자유는 근거 있는 주장이지만 막말은 근거가 없다. 요즘 야당 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독재’와 ‘폭정’이다. 지금의 문재인 정권이 독재정권이며 폭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늘 야당이었다가 처음 여당이 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세워진 정부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물어지지 않게 하려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정권을 비난하거나 막말을 해도 권력으로 억압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문재인 정부에 대해 독재이며 폭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막말에 가깝다.

독재 혹은 폭정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독재인가? 지난 날 독재정권시절을 회고해 본다. 많은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모처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가고 조작된 간첩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다. 그런 것을 독재라 할 수 있다. 지금이 독재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많은 민주인사들이 독재에 의해 고문당하고 죽어갈 때 당신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 그때 독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적이 있는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막말을 해도 억압받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표현의 자유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민주인사들이 고문당하고 죽어가면서 얻은 민주주의요 표현의 자유다. 대통령에게 막말을 해도 아무 근거 없이 독재라고 하고 폭정이라고 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이 민주투사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사회에 독재가 있다면 재벌의 독재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모든 언론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시대의 독재자는 재벌이다. 언론사의 주된 수입원은 광고에 의존한다. 재벌에 쓴 소리를 하는 언론은 광고를 얻지 못한다. 이게 언론의 현주소다. 실제 재벌에 비판적 신문을 펼쳐보라. 대개 중소기업의 광고들로 가득하다. 기자들의 급료도 다른 언론사에 비하면 반 토막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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