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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손 모아 기원해 주소서권흥기(소설가·본지논설위원)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20.01.09 10:36
  • 호수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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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여와 야, 세대, 지역, 경제적 계층 간의 갈등이 해소되어 평온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주소서. 군중이 광장과 네거리에서 절규하고 피켓을 흔드는 모습이 사라지도록 기원해 주소서. 생각이 상반되는 사람들이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모이면 불안하므로 인파가 거리와 광장에 빼곡하게 들어차는 일이 없도록 기원해 주소서. 불신이 봄눈처럼 녹아 얽히고 꼬인 일들이 술술풀리기를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도록 기원해 주소서. 그들이 일터에서 성실하게 일하면 집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주소서.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해, 살 집을 마련할 수 없어 결혼을 망설이는데도 아파트 값이 폭등하는 고삐 풀린 주택시장의 덜미를 잡아 무릎을 꿇려 주소서.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꿈을 잃어 출생률이 제로가 된 현실을 돌아보도록 기원해 주소서. 금력이든 권력이든 가진 자들 가운데 더불어 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그들이 겸허히 자신을 성찰하도록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소득양극화와 빈부격차의 심화라는 말이 귓바퀴를 두드리지 않도록 기원해 주소서. ‘삶의 불평등은 불가피하다’는 니체의 말이 이 땅에는 발붙일 수 없도록 기원해 주소서. 부의 세습과 가난의 대물림 때문에 생겨난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들리지 않도록 기원해 주소서. 권력을 가진 부모의 등에 업혀 좁은 취업문을 쉽게 통과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일이 사라지기를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어린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학대받는 일이 없도록 기원해 주소서.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므로 그들에게 자행한 범죄에는 가중으로 무겁게 벌을 내리소서. 어린이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받도록 기원해 주소서. 성인들은 이 땅의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내 자식처럼 보살피는 돌보미가 되기를 기원해 주소서.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무한의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기원해 주소서. 흉년이 들어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하던 조선 시대의 한 때가 아닌데도 아사자가 발생하는 원인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소서. 남아도는 해묵은 쌀을 감당 못해 사료용으로 전환한다는 보도가 있는가 하면, 쌀의 보관비용을 우려하여 당국이 고심을 하는데도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는 절박한 모순을 풀어주소서. 빈 냉장고를 남긴 채 아들과 어머니, 모자가 굶주려 목숨을 잃었는데도 복지를 내세우는 당국은 반성하도록 기원해 주소서. 실제 취약계층의 먹거리복지 사각지대를 촘촘한 그물로 훑듯 샅샅이 찾아내기를 기원해 주소서.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액 6위, 일인 3만 달러 소득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하기를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북녘이 옛 소련 시절 최고 권력자이던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 세상은 인간이 가기에는 멀고도 멀어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고 사회주의 외투를 벗어던진 사례를 되새기도록 기원해 주소서. 사회주의가 성숙하면 공산주의가 되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원하는 만큼 소유하는’ 것이 공산주의 사회라는데 신기루 같은 이 말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원해 주소서. 인간이 천사가 아닌 한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원하는 만큼 가지는 사회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기원해 주소서. ‘사람은 천사도 야수도 아니다’라는 말의 속뜻을 알도록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북녘이 소설 ‘동물농장’의 주인 존스를 추방하는 데에 앞장선 돼지가 새로운 지배자 나폴레옹이 되어 두 다리 걷기를 흉내 내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교묘히 착취하는 얘기의 주제를 파악하도록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끊임없이 발전하고, 지금도 진화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신뢰하여 신념을 지니도록 기원해 주소서. 지구촌에서 외면당한 이념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환상에서 깨어나기를 기원해 주소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나라’가 만의 하나라도 그 이념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어리석음을 깨달아 낡은 이념을 기웃거리는 일이 없도록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선량한 의지가 없으면 뛰어난 능력이 부정적인 일을 하는 것을 알게 하소서. 예컨대 높이뛰기 실력이 우수한 사람이 마음먹기에 따라, 선수가 되어 메달을 수상하지만 물건을 탐내면 남의 집 담장을 쉽게 넘을 수도 있음을 알게 해 주소서. 인격이 존경할 만한 인사가 나라 위한 책임 무거운 일을 맡기를 기원해 주소서. 실정법을 어긴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기원해 주소서.

새해에는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면 권력층부터 실천하여 언행이 일치하기를 기원해 주소서. 단합된 국민, 튼튼한 나라, 안정된 사회에서 마음 편히 살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운 눈으로 보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하듯 거듭 기원해 주소서.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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