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그건 옳지 않다고 여기기 쉽다. 엄밀히 말해서 온전히 객관적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사실의 대부분은 자기가 살아온 환경에서 형성된 가치관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이 가장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동양문화권의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을 사용한다. 서양 사람들은 포크를 사용한다. 서양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손가락 사이에 두 개의 막대를 끼우고 음식을 집기가 매우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편리한 포크를 두고 어려운 손동작이 요구되는 젓가락을 사용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포크가 젓가락보다 우수한 도구라고 여길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 속에 포크로 먹기에 적절한 음식이 있었고 어려서부터 포크를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식문화의 역사가 그런 생각을 갖게 한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객관에 가까운 가치기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객관적 시각을 가지기 위해 시간적 개념과 공간적 개념에 의지하게 된다. 어떤 사회적 문제, 정치적 문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공간적으로는 사회적 관점, 시간적으로는 역사적 관점이라는 기준이 필요하다.

일본 사람들의 대다수는 일본의 식민지 침략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이 미개한 조선을 근대화시키고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진출했다고 생각한다. 도로와 철로를 건설하고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가르쳤다. 그로 인해서 한국은 산업사회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정권 때 한일국교정화가 이루어졌으며 그때 일본이 준 한일청구권자금으로 한국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종군위안부도 돈을 벌기 위한 자발적 매춘부였다. 그녀들은 집을 몇 채 살만한 돈을 벌었다. 한국은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친일파들도 일본인들과 같은 주장을 한다.

이들의 주장은 타당한 것처럼 들린다. 드러난 자료와 통계수치만 보면 모두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주장은 대개 지금 남아 있는 자료에 의한 것이다. 이영훈이나 류석춘의 주장도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이를 그들은 실증주의 사학이라 한다. 이들의 스승이 서울대교수를 지낸 친일 역사학자 이병도이다. 이들은 자료만 믿고 실제 겪은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 지난 국정역사교과서 파동 때 그토록 필사적으로 역사교과서를 바꾸려던 이유도 이런 내용을 담으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일본 사람들 개개인은 모두 착한데 식민지침략 문제와 독도 문제에서만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한다. 일제 35년은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것이며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 착한 일본인들이 왜 이럴까? 일본 통치자들은 그들의 불리한 문서는 모두 폐기해서 대부분의 문서가 사라졌다. 그리고 일본 역사교과서에는 그들의 식민지 침략의 역사가 실려 있지 않다. 우리도 사정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친일파가 교과서를 만들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교과서를 배우며 자랐다. 일본이나 우리가 바른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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