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 문학박사)

지난해 텔레비전에 자주 볼 수 있는 얼굴이 있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외치는 목사님이다. 크리스마스 무렵에도 이 목사님은 거리에서 문재인이를 끌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곁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우려했던 일장기까지 등장했다. 텔레비전은 이분의 말씀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우리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지지하는 전광훈 목사님이시다.

겨울 추위를 무릅쓰고 매일 이렇게 거리에서 설교를 하시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뜻이 있으실 것이다. 그 절실함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분의 말씀을 간추리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매우 못마땅하신 것 같다. 문재인은 남한에 있는 수많은 간첩을 총지휘하는 빨갱이라는 말씀에서, 나라를 북에 넘겨주려한다는 말씀에서 그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 나라가 망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니까 교회를 나와서라도 그 사실을 알리려는 것일 게다. 실제 그분은 대한민국이 망할 거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분은 과거 “목사가 빤스를 내리라고 하면 내려야 내 신자고 그렇지 않으면 내 신자가 아니다.”라는 설교를 해서 네티즌 사이에서 이른바 ‘빤스 목사’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요즘도 자기 남편보다 목사를 더 사랑해야 진짜 신도라고 말씀하셨다. 이분은 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님이시다. 우리나라 종교계 영향력 있는 지도자의 지위에 계신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분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두 편의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았다. 다큐멘터리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과 고전영화 ‘벤허’다. 교인은 아니지만 예수님의 깊이를 모를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수께서 자기희생을 통해 인류의 죄를 사함 받으시게 하신 것과 낮은 자와 함께하기 위해 스스로 낮은 곳에 임하신 불가사의한 사랑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예수님은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이 목사님도 그런 깊은 사랑을 가지신 분일까. 북녘동포도 사랑하실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분은 거리에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외치고 있다. 이분이 바라는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미국과 동맹을 맺고 북을 적대시하던 시대가 그의 생각에 딱 들어맞을 것 같다. 그래서 그의 모임에는 태극기, 성조기, 일장기가 등장하는 것일 게다.

그가 지금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 이른바 민주화 세력으로 분류되는, 그의 기준으로 보면 빨갱이인 정당이 여당이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는 하루 빨리 이들을 끌어내리고 야당 사람들이 여당이 되도록 하려는 간절함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분 집회에는 야당 정치인들이 함께하신다. 늘 그의 곁에는 야당 지도자들이 서 계신다. 그의 든든한 친구들이다. 태극기 부대가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국회에 난입했을 때 야당대표는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며 매우 감격해 하시기도 했다. 그의 친구들이 그의 빤스론은 찬성하지 않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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