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 천양희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에 가지들이 휘어진다

새가 울었을 뿐인데 숲이 다 흔들 한다

알을 깨고 한 세계가 터지려나보다

너는 알지 몰라

태어나려는 자는 무엇을 펼쳐서 한 세계를 받는다는 것

두근거리는 두려움이 너의 세계라는 것

생각해야 되겠지

일과 일에 거침이 없다면 모퉁이도 없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일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어제는 내가 나무의 말을 들었지

사람은 나뭇잎과도 같은 것

잎새 한자리도 안 잊어버리려고

감미로운 숲의 무관심을 향하여 새들은 우는 거지

알겠지 지금

무엇이 너를 눈뜨게 하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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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사느라고 애쓰다가 생긴 실패한 모든 일들은 다 괜찮아져야 한다. 수많은 실패 뒤에 우리가 원하는 답, 하나의 성공을 얻는다는 것을 알기에 끝없이 좌절하더라도 다시 용기를 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람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새의 세계에서도 나무의 세계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래서 ‘새가 울었을 뿐인데 숲이 다 흔들 한다’ ‘잎새 한자리도 안 잊어버리려고/감미로운 숲의 무관심을 향하여 새들은 우는 거지다. 이른 새벽 창가에서 우는 새소리에 이유가 있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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