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철
깊은 가을
-나해철
가을은 내 가슴의 추수를 끝내버렸네
빈 기슭이 되었네
알곡식도 푸르른 나뭇잎도 떠나버렸네
무엇으로 채울까
못 견디게 서늘한 바람만 부는데
목메이게 불러볼
그리운 이도 없는데
불타듯
부르짖어 기다리는 고운 세상도
멀기만 한데
꽃도 져버렸네 새도 가버렸네
가을은 내 가여운 넋마저
데리고 깊어져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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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이 지나면서 들판에 추수를 서두르고 있다. 서리가 내리고 바람이 차지기 때문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황금물결이 사라졌다. 풍성했던 과수원의 사과도 사라지고 사과나무는 빈 나무로 서고 대문 앞에 서 있던 감나무는 까치밥만을 남겼다. 그 푸르던 잎도 없이..
‘못 견디게 서늘한 바람만 부는데’ 결국 찬바람은 꽃도 새도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했다. 꽃도 새도 사라지고 들판마저 텅 빈 깊은 가을에는 어쩐지 마음마저 텅 빈 들판을 닮아 있다. 잎이진 나무를 닮아있다. ‘ 목메이게 불러볼 그리운 이도 없는데’ 마음 한구석이 자꾸 시리다. 하얀 서리 밭을 맨발로 걷는 것처럼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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