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한때 신은미라는 이름이 언론에 매일 오르내린 적이 있다. 지금 그 이름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언론에 그 때의 신은미처럼 또 다른 이름이 매일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이름이 언론에 매일 오르내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모든 언론이 한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이름은 신은미처럼 잊혀질 것이다. 언론은 지금 신은미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없다. 이런 우리 언론의 태도는 바른 것일까?

신은미는 대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는 리틀엔젤스예술단에서 활동했고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미네소타주립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여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성악가 겸 교수로 활동했다. 미국시민은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기에 신은미는 남편과 함께 몇 번에 걸쳐서 북한을 여행한 다음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기행문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고 책으로 출판되었다.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의 이모저모를 본 대로 기록한 기행문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여행기로 2014년에는 가자협회로부터 ‘제20회 통일언론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에는 ‘한겨레통일문화상’을 수상했다. 그의 토크콘서트는 통일부홈페이지에 올라 홍보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통일전도사가 된 것이다. 그녀는 전국에 초청받아 강연회를 하는 등 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반전이 일어난 것은 <TV조선>의 보도가 나간 다음부터였다. 보도 내용은 신은미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이후 모든 언론의 관심이 신은미에게 집중되고 그녀는 하루아침에 통일전도사에서 흉악한 종북 좌파가 되었다. 보수단체에서는 그녀를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하고 경찰은 신은미에게 출국정지를 명했다. 모든 강연은 취소되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창피해 못살겠다고 했다.

평범한 아줌마가 하루아침에 마녀로 바뀐 것은 그녀가 바뀐 것이 아니라 언론이 그녀를 종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원광대학교 이재봉 교수가 자기 강의 시간에 신은미를 초빙해서 강의를 하게 했다. 그는 학교에 누가 될까봐 학장직을 사표내고 강연을 강행했다. 학교에서 강당을 쓰지 못하게 해서 인근 성당에서 강의가 이루어졌다. 강연 도중에 일베저장소에서 활동을 하던 고등학생이 그녀에게 로켓 캔디로 불리는 사제 폭발물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녀는 무사했지만 저지하던 사람과 이 교수 등 세 사람이 화상을 입었다.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라 검찰은 그녀를 조사하고 언론은 연일 그녀에 대해 보도했다. 아무리 조사해도 그녀가 ‘북한은 지상낙원이다.’라고 말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검찰은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하고 그녀를 강제 출국 조치했다. 5년간 대한민국 입국이 금지되었다. 그녀의 책 어디에도 북한을 찬양한 흔적은 없다. 아무런 죄 없는 신은미는 언론에 의해 종북이 되고 마녀가 되었다. 언론은 그녀의 의혹만 보도했지 의혹이 해소된 점은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의 바른 역할은 사실 보도에 있다. 언론이 사실을 외면할 때 사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난 28일 서초동에 수많은 인파가 모인 것도 검찰과 언론에 대한 양식 있는 시민의 대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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