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영주를 사람중심 보행 친화도시로 만들자

하망동 보행 환경 개선지구
관광지 연계 영주365시장 투어
후생시장 항공사진
후생시장

보행은 그 자체가 활동이고, 운동이다. 또 기본적인 통행수단일 뿐만 아니라 승용차, 버스, 철도,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주는 친환경적 기초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동차 위주의 교통 환경이 조성되면서 보행자의 기본적 통행권은 무시됐고 안전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본지는 하망동보행환경지구와 연결해 사람중심의 보행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후생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새롭게 변모한 영주365시장, 지난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지정된 영주1동을 중심으로 시내중심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하망동 보행환경개선 사업 그 이후
[2] 대도시의 보행친화 정책-서울시와 대구시
[3] ‘수원형 차 없는 거리’와 전주 ‘첫 마중길’
[4] 차량통행 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5] 차없는 도시 스페인 북부 폰테베드라
[6] 보행 천국 스페인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7] 사람 중심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우회도로 개설, 중앙선 고가화 등 여건 변화
구도심 전체 새로운 도로망 구축 필요
관광 통한 구도심 활성화 보행로 확보가 중요

도로는 사람이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마차나 자동차도 사람의 이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의 도로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차량이 주인이 돼 버렸다. 차량의 이용 편의를 위해 모든 시설들이 마련돼 있으며, 도로의 주인인 사람이 차량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이다.

아동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영주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약자들의 경우 가장 필요한 것은 이동권의 보장 즉 보행권이다. 우리고장 영주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보장돼 있을까. 특히 교통약자들의 보행권이 보장되고 있을까.

 

차량 고려하지 않았던 과거의 도로와 상권

우리고장 영주는 폭 8m 전후의 도로가 많다. 이 도로에 중앙선을 긋고 좁은 인도가 마련돼 있다. 이러한 인도로 걸어가다 보면 보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유모차를 밀고 가거나,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2명이 함께 걸어가기도 힘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인도에는 자전거 겸용도로까지 표시돼 있다.

이들 도로는 애초에 차량이 별로 없었던 40-50년 전에 마련됐던 도로이다. 당시 이들 도로의 주변지역은 영주 상업의 중심지였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었던 이들 도로에는 사람이 주로 다녔으며 차량은 가끔씩 물건을 나르기 위해 오고 갈뿐이었다. 당시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고 사람들도 불편했을까. 다시 그 시절의 도로상황, 사람중심이었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영주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이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전동휠체어와 유모차를 활용한 노인들의 통행권 보장을 위해서도 충분한 인도가 마련돼야 한다. 관광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보행로 확보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도를 넓힐 수 있을까.

 

도로환경의 변화

도심도로는 수십년 째 그대로 이지만 외곽에는 봉화와 안동, 예천 방면을 향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우회도로)가 생겨나는 등 많이 변화가 이뤄져왔다. 새롭게 생겨난 우회도로로 인해 그만큼 시내 유입차량 또한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또 중앙선 복선 고가화에 따른 도심 양분 또한 곧 해소될 전망이어서 구도심 전체에 대한 새로운 도로망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망동 보행환경 개선지구처럼 주민생활구역 지정을 통해 일방통행도로를 확대하고 보행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년 전 보행환경 개선 조례 제정에 앞장섰던 박창규 전 경북전문대 교수는 “도로여건이 바뀐 만큼 많은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영주시내는 일방통행을 시행하기가 아주 용이한 도시여서 이면도로를 활용하면 큰 불편없이 일방통행도로를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고장 영주는 하망동 보행환경지구를 비롯한 일부 도로들이 일방통행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상가지역에 설치된 일방통행도로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차량을 주차할 수 없어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 상인들의 가장 큰 불만요인이다.

현재 일방통행도로에서는 주차공간이 거의 없이, 넓은 인도만 마련돼 있다. 보행자를 위해서는 아주 바람직하지만 통행자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넓은 인도는 또다시 비효율적인 도로 활용이라는 지적에 부딪힐 수 있다. 박 전 교수는 “보행자가 별로 없는 일방통행도로는 차량이 통행하는 반대쪽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충분한 보행로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수 있다”며 “이 경우에도 주차장에는 상가주인들의 차량은 주차시키지 말고 외부 손님들을 위한 주차공간을 마련한다면 상가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관광객 시내 유입은 어떻게

영주 구도심은 지역의 중심이지만 문화관광에서는 변방이나 다름없다. 면단위에 있는 박물관도 시가지에는 없었고, 휴일이 되면 사람이 북적이는 부석사나 소수서원에 비해 늘 썰렁하다. 또 각종 축제도 구도심을 벗어나 열리면서 시내 상인들은 오히려 축제가 겁난다고 말하고 있다. 부석사와 소수서원 등 세계인이 찾는 세계유산을 가진 우리고장 영주에 구도심으로 관광객을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을 없을까.

김덕우 전 영주문화연구회 회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영주관광활성화심포지엄에서 “볼거리는 관광객 유입의 가장 큰 요소”라며 “시가지의 주요 볼거리는 역사유산으로 구성공원(구산산성지 龜山山城址)과 삼판서고택이 있고,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대건축문화거리,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로 단장한 후생시장이 있다. 구산산성지를 중심으로 걸으면서 체험하는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볼거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영주 도시 형성과 영주의 역사를 얘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에 구산성의 복원은 꼭 이뤄져야 한다”며 “삼판서고택은 그 주변을 정도전 문화지역으로 새로 탈바꿈시키고 ‘심판서고택’이라는 이름은 전국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정도전생가’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산성에 함유하고 있는 역사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거나, 구수산(龜首山, 영주문화예술회관이 있는 산)과 서구대(西龜臺)·동구대(東西臺) 그리고 구산성(龜山城)을 잇는 거북과 관련된 콘텐츠로 관광객들에게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게 하면 관광의 재미를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난해 ‘제일교회’, ‘풍국정미소’, ‘영광이발관’, ‘이석간고택’, ‘철도관사’등을 연결해 지정된 근대건축문화거리는 광복로와 후생시장 등 영주 원도심 전체를 대상으로 규모를 확대해 큰 틀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영주를 추억하는 5060세대는 옛 영주역 광장을 이야기 하지만 중앙시장에서 영주역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옛 영주역을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모습과 1-2차 경제개발을 하던 시기, 영동선과 경북선에서 중앙선을 통해 산업의 역군을 실어 나르던 모습을 형상화할 수 있는 조형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더 큰 구상을 한다면 ‘대한민국철도박물관’도 영주에 건립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쇼핑과 음식 체험은 ‘중앙시장-365시장-순대골목-명동길-영주공설시장-나무전 골목-하망동성당’을 잇는 “영주장터 100년길”을 조성하고 특화된 장터에서 특별한 장터 체험을 하도록 하고 그 시장을 다닐 수 있는 이동수단(작은 열차)를 구상한다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구도심 관광 활성화는 지금의 복잡한 도로구조로는 낭패를 보기 일쑤”라며 “반드시 대형 버스 주차장 마련과 함께 충분한 보행로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행문화 확산에 앞장서야

부산시가 올해를 ‘사람 중심 보행도시 부산’ 원년으로 선포하고, 보행 혁신 사업에 1천410억 원을 편성해 보행로 혁신 사업에 나서고 있다. 막힘 없이(연속), 걱정 없이(안전), 마실 가듯(편리), 소풍 가듯(매력), 모두 다 같이(함께)라는 5대 원칙으로 추진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단순히 걷기 위한 길을 확보하는 사업이 아니라 걸어서 안전하게 그리고 막힘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하고 중심이 되는 보행환경 개선이 시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우리 고장 영주도 앞서 여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 국내외의 선진 보행도시를 거울 삼아 물리적 보행 개선을 넘어 새로운 보행 문화를 확산하는데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현제 발행인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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