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추석

- 장철문

저 둥글고 빛나는 것이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떠 있다

 

그날 저녁 내가

할머니의 수제비 반죽을 집어던진 것이 그만

저 먼 곳에 가서 빛을 얻은 것이다

 

저 크고 희게 빛나는 것이

딸아이를 향해 자꾸 수제비를 빚어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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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 분주하고 쓸쓸하던 추석이 지났다. 추석이 이른 탓에 햇과일을 맛이나 볼까 싶었는 데, 우려와 달리 햇밤과 햇대추를 비롯하여 사과와 배도 상에 올리고 차례를 지냈다. 조상님들 산소를 찾아 벌초도 말끔하게 끝내고 이제 자손으로서 도리를 다했노라고 스스로 대견도 하면서...

추석달도 유난히 희어 마치 수제비반죽덩이 같았다. 어린 시절 보름달을 향해 두 손을 꼭 모아 가슴에 붙이고 소원을 빌었던 생각이 났다. 빨강 공단치마에 금박을 박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갈래머리를 쫑쫑 땋아 댕기를 묶고 동네 한 바퀴를 느릿느릿 아주 느리게 걸어 집으로 왔던 기억도 있다.

달은 하늘에서 떨어지지도 않고 여전히 희고 둥글고 빛나고 수제비 반죽덩어리 같은데 달을 쳐다보는 마음이 설레지 않고 조금은 심드렁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던진 반죽이 빛을 얻어 크고 빛나더니 이제 딸을 향해 수제비를 빚어 던지는데도 말이지.

참여 광장과 오피니언 면에 실린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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