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미현 어르신(82세, 소백실버대학)

시 집 살 이

스무 살 가을, 시집가라네
얼굴한번 못보고 시집가라네
이십리길 가마타고 시집가네

산 넘고 물 건너 듣도 보도 못한
시집살이 시작했네

시집 들어선지 삼일 째 되던 날
앞치마입고 일하는 어머니 말씀
말없이 웅크리고 명령만 기다렸네
식사 후, 설거지 솥뚜껑에 얼룩남기고 돌아서는데
어머님의 호통소리 “이것이 무엇이냐. 행주 꼭 짜서 다시 닦아라”

친정에서 글만 쓰다 시집 왔으니

시집살이 상상만 해도 머리가 멍해진다

예천 노태기 에서 감천면으로 스무 살에 중매로 시집을 왔다. 가마타고 시집을 왔는데, 석송룡나무 밑으로 가마가 지나갔었다. 친정에서 베짜고 바느질하고 글 쓰다 시집을 온 나는, 집안 살림하는걸 배우지 못했기에 정신없고 얼떨떨한 시집살이가 시작됐다. 시집엔 식구가 많았었는데 밥도 못하고 설거지도 못하고 덜덜 떨기만하다 날마다 꾸지람을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맏동서가 계셔서 수저 놓고 반찬 놓고 밥 차리며 따라했다. 부엌일보다는 바느질하고 베짜고, 편지 쓰기하고 방에 앉아서 하는 일을 주로 했다. 세월이 흐르니 살림도 농사짓는 것까지 다 배우게 되더라. 가난했던 그 시절, 힘들었지만 그래도 뒤돌아보면 행복했던 나의 시집살이를 글로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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