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에 지명되면서부터 청문회를 거치며 장관에 임명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도 계속 조국을 향한 야당과 언론 그리고 젊은 층들의 공격은 상식의 수준을 넘어섰다. 조국은 지명에서 임명까지 한 달 동안이 몇 년과 같았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언론에 오른 조국에 대한 기사 건수는 7만5천 건이 넘는다. 다른 후보자의 50배가 넘는다. 먹잇감에 모여드는 하이에나를 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고장에 있는 대학도 개교 이래 가장 많이 매스컴을 탔다. 총장 표창장이 그렇게 귀한 것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학교 홍보 차원에서 많은 수의 표창장이 발급되었다고 한다. 교수들의 말을 빌리면 그냥 기안서류에 딸의 이름만 써 넣으면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을 왜 몰래 위조를 했겠느냐고 했다. 그 표창장 때문에 압수 수색을 하고 검찰이 기소를 하고, 급기야 총장님 학력까지 논란이 되었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어떤 이는 조국의 딸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 줄 알았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청문회를 거부하며 사퇴하라는 압력이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聽聞會)는 말 그대로 후보자의 직책에 대한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국회에서 묻고 그 물음에 대한 후보자의 답을 듣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청문회를 듣기(hearing)라고 한다. 전에도 제대로 된 청문회는 없었지만 이번 청문회는 도를 넘었다. 가족의 사생활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근거 없는 주장만 늘어놓으며 호통 치며 대답을 하려고 하면 후보자의 말문을 막았다. 청문회가 아니라 불문회(不聞會)였다.

청문회 제도를 만든 것은 노무현 정부 때다. 지금 한국당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첫 번째 청문대상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였다. 적십자 회비 5천원을 한 번 빠뜨린 것, 주차 위반 한 것, 헌혈 횟수가 적은 것을 가지고 집요한 공격을 했고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깜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유시민 장관에 대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도 반대가 65%, 찬성이 26%였다. 조국보다 더 나빴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을 장관에 임명했다. 청문회는 국민들의 검증을 받는 절차에 불과하고 장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코드 인사라는 비난이 계속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의료보험제도의 정비라든가 각종 복지제도가 유시민 장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조국 청문회는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검증이 아니었다. 그가 뚜렷하게 법을 어겼다는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다. 왜 언론과 야당은 조국에게 유래 없는 공격을 퍼부을까? 우리는 조국보다 더 나쁜 권력자들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유독 조국에게만 집중포화를 퍼붓는 것일까?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조국이 임명된 뒤 항의의 뜻으로 젊은 여성국회의원이 눈물을 흘리며 삭발을 하는 모습이 화면에 떴다. 저렇게까지 조국이 임명되는 게 슬픈 일일까, 야당은 민주주의가 사망했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놓고 대통령을 모욕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데도 정말 민주주의가 죽은 걸까? 정말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함으로써 그들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끝난 것일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현상은 무엇일까? 마르크스의 말이 느닷없이 떠오른다. 역사는 두 번 되풀이 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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