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영주를 사람중심 보행 친화도시로 만들자

보행은 그 자체가 활동이고, 운동이다. 또 기본적인 통행수단일 뿐만 아니라 승용차, 버스, 철도,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주는 친환경적 기초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동차 위주의 교통 환경이 조성되면서 보행자의 기본적 통행권은 무시됐고 안전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본지는 하망동보행환경지구와 연결해 사람중심의 보행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후생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새롭게 변모한 영주365시장, 지난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지정된 영주1동을 중심으로 시내중심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하망동 보행환경개선 사업 그 이후
[2] 대도시의 보행친화 정책-서울시와 대구시
[3] ‘수원형 차 없는 거리’와 전주 ‘첫마중길’
[4] 차량통행 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5] 차없는 도시 스페인 북부 폰테베드라
[6] 보행 천국 스페인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7] 사람 중심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사진 서울로7017 <출처 : 서울시, 사진촬영 : Ossip_van_Duivenbode>
서울로 7017
대구 동성로
덕수궁 돌담길
대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서울시 보행정책, ‘걷는 도시 서울’ “호평”
덕수궁길, 세종대로 등 차 없는 거리 조성

대구시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 통해
사람 붐비는 새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걷는다’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속도의 도시이다. 급속한 도시발달로 인해 사람이 넘쳐나고 자동차 등록대수 또한 300만대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3년부터 속도를 늦추고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금은 느리게, 삶의 여유를 전해주는 ‘걷는 도시 서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도 보행자와 대중교통 중심의 환경 정비로 도심 유동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를 도모해 도심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 자동차 위주의 교통 정책을 반성하고 사람 중심의 보행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행특별시 서울
서울시의 역점 정책 가운데 보행정책인 ‘걷는 도시, 서울’은 사람중심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걷는 도시, 서울’은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전환된 공간을 누구나 차별 없이 걸을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2013년 ‘보행친화도시’를 선포한 서울시는 그동안 보행친화도시의 기초환경을 조성해 왔다. 특히 올해는 ‘보행특별시 서울’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제2차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 간 서울시 보행정책의 방향이 될 중장기 계획이다. 서울 전역의 각종 보행·도로공간에서 ‘보행자’가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도록 공간조성 계획과 원칙을 담았다. 5년 간 총 약 6천420억 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시민이 보행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보행권을 제대로 보장 받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인도 10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인도 10계명’에는 비우기, 모으기, 낮추기, 보호하기, 옮기기, 바로 잡기, 깨끗이 하기 등 총 10가지 분류의 기본 방침에 따른 세부 계획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이용률이 저조한 공중전화부스와 우체통 단계적 철거,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한 도로변 포켓주차장 조성, 신호등과 교통표지판 등 난립한 지주를 한 기둥 아래 모으는 통합형 지주 전환 등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 보행특구
‘보행특구’란 걷는 즐거움과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보행량이 많은 지역을 일컫는 개념으로, 단순히 걷는 게 아니라 걸으면서 보고, 즐기고, 먹을 수 있는 풍부한 이벤트를 가진 지역을 뜻한다.

사업 대상지는 서울시내 녹색교통진흥지역(16.7㎢) 전 지역이며, 11개의 보행권으로 나눠 연차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총 사업기간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개년 동안으로 보행환경개선지구 지정, 도로공간재편, 시설개선 등 다양한 보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서울로7017과 종로가 지정됐으며, 지난해 서촌 보행특구가 조성됐다. 현재 을지로와 명동, 장충, 혜화등이 조성 중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은 교통혼잡과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특별관리하는 곳으로, 보행특구와 맞물려 있다. 한양도성 내부 16.7㎢가 2017년 3월 15일 국내 첫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지역은 녹색교통 이용자의 안전 강화 차원에서 간선도로 50㎞/h, 이면도로(왕복2차로 이하) 30㎞/h로 속도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차 없는 거리’에서 걷는 즐거움
서울에서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차 없는 거리’이다. 서울시는 지역 특성과 교통량 등을 고려해 요일·시간별로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오롯이 보행자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덕수궁길, 세종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청계천로 등이 지정돼 있으며, 다채로운 행사가 더해져 걷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 매년 하반기 걷자 페스티벌을 진행해 시민과 함께 ‘걷는 도시, 서울’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도심 속 걷기 좋은 명소로 알려진 덕수궁 돌담길은 2017년 7월 미개방 구간 일부(대사관 직원숙소 앞 ~ 영국대사관 후문, 100m)를 개방한 데 이어, 미완으로 남았던 나머지 70m 구간(영국대사관 후문 ~ 정문)도 지난해 12월 개방해 전체도로 1.1km를 막힘없이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역 고가가 만들어진 1970년도와 고가로 이어지는 17개의 길을 뜻하는 ‘서울로7017’은 걷기 마니아들 사이에서 소문난 명소다. 국내 최초 고가 보행로인 이곳은 빌딩숲과 자동차 도로 위를 한가롭게 걷는 재미도 있고, 거리를 걷다 만나는 카페에서 차 한잔 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낮보다 야경이 더 유명해 찾는 이들이 많다.

진화하는 서울시 보행환경
복잡했던 서울이 앞으로는 더욱 좋은 보행 환경이 구축된다. ‘보행-대중교통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해 버스, 지하철, 따릉이, 나눔카와 걷기를 연계해 최적의 맞춤형 이동경로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폭염 등 기후변화에 대비해 보도블록에는 축적되는 태양열을 감소시키는 특수포장을 시공하고, 버스정류장 같은 보행자 대기시설에는 미세입자 형태로 인공 안개비를 분사해 주위 온도를 2~3℃ 낮추는 ‘쿨링포그(Cooling Fog)’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처럼 인지도가 높은 서울시내 주요 건물과 시설물도 건물 1층을 보행통로로 개방하거나 내부 동선을 활용해 우회 없는 최단거리 보행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걷기와 대중교통 이용을 동시에 활성화하기 위해 걸어서 쌓은 마일리지를 티머니(T-money)로 전환하는 ‘BMW(Bus·Metro·Walk) 마일리지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공공디자인 새옷 입은 대구 동성로 거리
2009년 7월 ‘디자인’의 옷을 갈아입고 새롭게 탄생한 동성로는 대구를 대표하는 ‘만남의 장소’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펼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은 민관 합동으로 지역 정체성과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공공성, 예술성, 기능성을 담은 거리로 조성한 지역 최초의 공공디자인 시범 사업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애초부터 동성로는 ‘보행자 거리’로 지정돼 있었지만, 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과 곳곳을 가로막고 있던 흉물스런 전봇대들이 보행자의 발길을 가로막아 걷기좋은 거리란 인식이 없었다. 대구백화점 앞에서부터 대구역 건너편 대우빌딩까지 흩어져 있던 노점상 150여 곳이 대구시와 중구청에 의해 모두 철거됐고, 일부 노점상들은 동성로에서 1km가 좀 넘는 곳으로 이전했다.

지난 2008년 8월부터 대우빌딩〜대구백화점〜동성5길을 잇는 760m 구간의 보도블록을 모두 교체하고, 상설 야외무대와 광장, 바닥분수 등을 조성했다.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목백합과 대왕참나무 41그루가 심어졌고, 노점상이 있던 곳은 가로등과 벤치가 들어섰다. 덕분에 번화가이지만 시민들이 앉아 쉴 공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전선은 지중화를 통해 깔끔하게 정리하고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오픈스페이스로 바꿔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전국최초 대구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우리나라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 중앙로거리가 대표적이다. 대구 중앙로 1.05㎞ 구간(반월당~대구역사거리)에 대해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전국 최초로 운용된 건 2009년 12월 1일이다.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만 우선 통행되고 택시는 시차제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차량은 24시간 진입 불가 원칙 아래, 버스 통행속도가 2배 이상 증가해 중앙로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15배나 증가했다는 모니터링 결과도 내놨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이전 대구 중앙로 시내버스 통행속도는 시속 11km였지만 시행 후 16.2㎞로 47.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이전 대구 중앙로 일일 보행량은 5만6천311명에서 시행 후 6만6천294명으로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 개통과 동시에 차량 통행 제한속도 하향(시속 30㎞), 횡단보도 확대 설치, 보행로 폭 확대, 거리 디자인 정비 등의 사업이 함께 추진되면서 대중교통 운행 환경 뿐만 아니라 보행환경에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서현제 발행인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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