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영주를 사람중심 보행 친화도시로 만들자

생활도로구역
단속중인 주정차 금지구역
하망동 제4공용 주차장

보행은 그 자체가 활동이고, 운동이다. 또 기본적인 통행수단일 뿐만 아니라 승용차, 버스, 철도,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주는 친환경적 기초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동차 위주의 교통 환경이 조성되면서 보행자의 기본적 통행권은 무시됐고 안전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본지는 하망동보행환경지구와 연결해 사람중심의 보행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후생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새롭게 변모한 영주365시장, 지난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지정된 영주1동을 중심으로 시내중심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하망동 보행환경개선 사업 그 이후
[2] 대도시의 보행친화 정책-서울시와 대구시
[3] ‘수원형 차 없는 거리’와 전주 ‘첫마중길’
[4] 차량통행 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5] 차없는 도시 스페인 북부 폰테베드라
[6] 보행 천국 스페인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7] 사람 중심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주차장 더 확충하거나 상가 활성화 대책 시급
하망동에서 구도심 주요 명소 잇는
‘볼거리-쇼핑-음식-체험’ 컨텐츠 개발 필요

하망동 대표사진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와 전 세계 도시들이 연이어 ‘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를 선언하고, 친환경적 도시와 보행자 중심 도로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보행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위기 대응의 적합한 교통수단으로, 사람·소통·건강 가치 구현과 커뮤니티 활성화 등의 핵심 가치로서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고장 영주는 어떠한가. 7월 현재 우리고장 영주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5만5천대. 영주시 인구(10만5천640명) 2명당 1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집집마다(4만9천25세대) 차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자동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지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만도 1천64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차량에 지배 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같은 교통발달은 부석사와 소수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정작 시내 관광 유입 요소가 별로 없어 지역경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서울, 대구, 수원, 전주 등 대도시와 유럽의 여러 도시들은 보행친화도시를 추구함으로써 오히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지역 보행 환경 개선의 역사
우리 고장 영주는 지난 2008년 4월 영주시민단체협의회(교통장애인협회, 주민자치연대, YMCA)가 도내 최초로 보행권 확보를 위한 조례제정 및 정책건의서를 영주시에 제출했고 그 해 6월 13일 영주시의회는 ‘영주시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우리나라의 보행자 관련 정책이 2010년경 관련 법률이 제정되면서 추진된데 비하면 다소 빠른 편이다. 이후 정부는 보행환경개선지구 사업, 보행우선구역 사업, 생활권 이면도로 정비사업 등을 이 법률에 근거해 지원하고 있다.

이 정책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정책으로, 지자체에서 사업 안을 제안하면 사업비는 국가와 지자체가 매칭으로 각 50%씩 부담하고 있다.

우리고장도 지난 2013년 행정안전부로부터 하망지구 보행환경개선 시범사업이 선정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47억원의 예산으로 영주중앙초 주변지역(3개 노선 1.2km)에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고 가로환경을 정비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설치했다. 도로 전체 폭이 8.7~10.2m인 구간에 양방향으로 폭 2~4m 규모의 인도를 설치하고 차도는 도로 중앙부에 폭 3m를 설치했다.

차도보다 인도가 훨씬 넓어진 것이다. 인도 곳곳에 나무도 가로수도 심고 걷다가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도 설치했다. 양방향 통행이 가능했던 도로들이 일방통행 도로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업이 완료되자마자 주차할 곳을 잃어버린 상가 이용 시민들과 상가주인들의 반발이 심했다.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불법 주차가 만연하고 건물주와 상인들의 항의가 이어져 사업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차량 증가로 인해 주차공간이 부족한 구도심은 차량들이 뒤엉켜 더욱 번잡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주시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은 주차장 확충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2공영(YMCA 앞)주차장 26면, 3공영(연합치과 앞)주차장 37면, 4공영주차장(구 동부농협 맞은편) 52면, 5공영(팡팡노래방) 주차장 16면 등 4곳에 131면의 주차장을 조성했다.

직접 걸어보니
지난 9일 오후 5시, 34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하망동 보행도로를 걸었다. 무더위 탓인지 이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이나 보행자는 거의 없었다. 중간 중간 여전히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들이 길을 막아 차도 위로 걸어야 했고 곳곳에 주정차 위반 단속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여러 곳의 공영주차장은 만차 상태였다.

보행도로 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곳에 살고있는 사람들 외에 이 길을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더위 탓도 있지만 딱히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란다. “보행도로가 생기고 나서 오히려 장사가 더 안된다”는 상가주인의 말은 이를 더욱 뒷받침한다.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이뤄지고 나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있다면 일부 건물이 리모델링 되고 카페 등의 업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밤 9시 무렵 다시 찾은 보행도로는 차량들이 대부분 인도를 점령한 상태였다.

한 상가주인은 “주차장을 많이 만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잠깐 차를 정차할 수 있는 정차구간도 별로 없어 손님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주차 단속요원이 하루가 멀다하고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시에 확인 결과 지난 5월부터 3개월 간 불법 주정차를 집중 단속한 결과 이곳에서만 모두 260건이 적발됐다. 공사가 마무리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주민과 행정 간의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안수자 하망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걷기 좋은 특색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조명도 설치하고 불법 주정차 근절 캠페인을 여러 차례 벌여왔다”며 “하지만 상가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는 문제여서 상가 활성화 차원에서 보행자가 많은 거리로 만들든지, 아니면 주차공간을 더 확충하든지 또다른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도심 활성화 방안은
관광객 유입을 통해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볼거리-쇼핑-음식-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볼거리는 관광객 유입의 가장 큰 요소이다. 보행 환경 개선사업이 이뤄진 하망동 지구의 경우 마땅한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주 시가지의 주요 볼거리는 역사유산으로 구성공원과 삼판서고택이 있고, 새로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대건축문화거리,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로 단장한 후생시장이 있다. 쇼핑이 가능한 영주동 문화의 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365시장을 연결하면 하나의 시내 관광컨텐츠가 될 수 있다. 본지는 앞으로 6회에 걸쳐 보행환경 개선을 통한 국내외 관광활성화 사례를 살펴보고 보행환경 개선을 통해 시내 관광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서현제 발행인 /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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