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퓨전국악실내악단 37명 이끌며
전통과 현대의 소리가 화합하는 선율

지난해 12월 148아트스퀘어에서는 청소년들이 중심이 된 청소년퓨전국악실내악단의 공연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전통악기와 소리에 대해 몰랐던 아이들이 짧은 시간동안 배우고 연습해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들 때문이다. 어린단원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우리고장에서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매력을 하나로 연결시켜 흥과 멋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리와 총연출을 맡은 이준우(48)씨, 가야금을 지도하는 김경아(54)씨, 해금에 이다인(26)씨, 민요에 손지혜(26)씨, 타악에 오철영(30)씨는 영주, 봉화에서 활동하며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영주시는 영주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퓨전국악실내악단을 운영해오고 있다. 초등 4학년부터 참여가능하며 각자 배우고자 하는 분야를 신청하는데 전통악기로는 현악부에 가야금과 해금, 관악부에 피리와 대금, 타악에 장구, 소리에 민요, 현대악기로 피아노와 드럼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올해는 많은 신청으로 지난해보다 늘린 37명의 단원을 선정해 지난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오는 10월까지 참여하게 된다.

지난해 발표회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전통악기를 처음 접해봤기 때문에 솔직히 기대 없이 왔다가 아이들의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과 실력에 감동을 받아 올해도 참여시켰다”며 “영주에서 아이들이 여러 가지의 전통악기와 소리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 부모마음에 기쁘고 지속적인 지원과 연계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영주에서 전통을 이어가다

지난 13일과 14일 청소년수련원에서 청소년퓨전국악실내악단 여름수련캠프가 열린 가운데 단원들은 개인, 단체연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지도강사들은 마지막 총연습에서 단원들이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려 전통악기와 소리, 현대악기가 어우러지도록 지도했다. 지도를 마친 후 강사들에게 처음 국악을 접한 계기와 영주에서 국악을 알리며 청소년을 지도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사들 중 부산이 고향으로 결혼과 함께 봉화에 자리 잡은 김경아 씨를 제외하면 이준우, 이다인, 손지혜, 오철영씨는 모두 영주출신이다.

경아씨는 청소년기 시작한 가야금이 35년째로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개인레슨 등으로 해오다 퓨전국악단에 대한 구성을 듣게 됐다. 그녀는 당시를 떠올리며 “관현악을 했을 때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퓨전국악단이 시작되고 처음 6개월 단기간활동에 연주 가능하도록 해야 하니 조급함도 있었다”며 “남다른 열의로 열심히 참여하는 단원들을 지도하면서 단원들이 자신감 있게 연주하고 갖춰가는 모습에 보람도 느꼈다. 올해는 신입단원이 5명 더 들어와 총 12명이 가야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요를 담당하는 지혜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민요를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전공으로 선택했다. 어른들이 하는 취미 반에서 배우다 쉬는 날이면 대구와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다녔단다.

그녀는 “지금은 전공자 외에 관심이 적지만 청소년들이 배움의 기회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됨은 물론 수혜를 받는 이들이 전파를 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단원이들 쉽게 시작했지만 계속 배우면서 각자가 가진 악기(목소리)가 달라 깊이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총연습에서 해금을 켜는 단원들과 눈빛으로 교감하며 지도하던 다인씨는 영광여고 1학년 때 음악특별활동으로 해금을 접하고 매력을 느껴 그해 2학기에 예술고로 전학했다.

그녀는 “흔히 마주하는 전통악기 외에는 접할 기회가 적은데 당시 추노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학교에서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퓨전국악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생겼다. 현재 다른 곳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지금도 자신을 위해 공부하며 영주를 오간다”고 말했다.

타악을 지도하는 철영씨는 초등시절 장구를 취미로 해오다 국악대학을 가면서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인문고교를 나와 국악인 친구들과 공통관계가 적어 어려움도 있었고 20대에는 잠시 슬럼프를 겪었다. 지금은 청소년문화의집에서 학생들이 국악을 접할 수 있고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고.

그는 청소년들에게 “예체능분야가 아니더라도 무엇을 하든지 목표의식을 갖고 뛰어가기보다는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악 전공을 위해서는 천천히 하더라도 꾸준함으로 손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청소년에게 다양한 체험기회로

단원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연주하는 이준우씨는 총연출과 피리를 맡고 있다. 고교1학년 때 풍물동아리를 시작해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면서 30년이 흘렀다.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20대 중반 무렵이다.

그는 “고교 때 악기에 매력을 느꼈고 음악을 하면서부터는 내 생활이 즐겁다고 생각됐다”며 “직장생활도 잠시 했었지만 이후 전국적으로 국악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국악전공 외에 서양음악도 전공했다. 퓨전국악은 국악과 서양음악을 이해하지 않으면 어려운데 이를 어우러지게 잘 살리고 싶었다”며 “지금은 후배들과 제자들 양성에 힘쓰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체험이 이뤄지고 조금이나마 국악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준우씨는 ‘전통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교문화권인 영주에서 관현악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청소년의 참여와 전통문화도 배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국악지도자들이 중간 매개체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한문화테마파크가 개장하면 주민들이 공연문화도 이어갈 수 있고 지난 한국선비문화축제 무대처럼 그 자리에 청소년들도 참여시킬 수 있다”며 “세계유산이 있고 유교문화가 자리한 영주에서 국악분야의 관심과 저변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악지도 강사들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문화의집 관계자는 “시에서 가야금과 해금을 구입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도움이 됐고 지역의 국악인들이 함께 재능기부에 가깝게 지도를 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서로 음악으로 소통하면서 개인연주보다 단체 관현악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 감동을 전하기 위해 오는 10월 21일 시민회관에서 정기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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