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력 충원과 주5일제 도입 요구
영주우체국도 과로로 2명 병원 입원

“자꾸 경제 논리로만 따지지 말고 집배원 좀 충원해주세요. 저도 아들이 있는데 아빠로써 당당하게 ‘우체국 집배원도 괜찮다. 너도 한 번 생각해봐라’라고 권할 수 있는 직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주우체국에 근무 중인 어느 집배원의 하소연이다.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주우체국 앞에도 ‘살인적인 노동조건 죽어가는 집배원을 살려주세요!!’ ‘경영위기 책임전가 우정사업본부장은 퇴진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 걸렸다.

전국우정사업노동조합(전국우정노조) 영주우체국지부(지부장 김태균)는 시민들의 출근시간인 오전 8시~8시 40분에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집배인력 즉각 충원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또 우체국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10분~7시까지는 김태균 지부장을 포함한 전국노동조합 영주우체국 지부원들이 7~8명씩 교대로 ‘살인적인 업무강도 집배원은 오늘도 목숨 걸고 일합니다.’ ‘집배원 인력증원 관철!’ ‘완전한 주 5일제 쟁취!’ ‘집배원을 사지로 몰고가는 우정사업본부장은 즉각 퇴진하라’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13일 오후 6시10분에 시위현장인 우체국 앞에서 만난 김태균 지부장은 “집배원 인력증원, 완벽한 주5일 근무제 등 노사합의 사항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고 경영위기 책임을 집배원에게 전가하고 고통분담을 강요하고 있다”며 “행정직을 자꾸 뽑지 말고 부족한 집배원을 뽑아야 한다”고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또 “집배원들은 힘든 근로환경과 과중한 업무로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은 올해만 전국에서 집배원 8명이 과로와 안전사고로 숨졌다”며 “영주우체국에도 51명의 집배원 중 길모씨, 임모씨 등 2명이 최근 우편 배달 중 쓰러져 다행히 목숨엔 지장이 없지만 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집배원 문현태씨는 “얼마 전 김태균 지부장 등 8명이 함께 일하던 집배원 임모씨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병원에서도 편안히 쉬지 못하고 ‘내가 이러고 있어 자네들이 더 힘들겠다’고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 눈물이 났다. 어느 집배원이 배달을 못하는 상황이 되면 집배원들이 집배업무를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임모씨의 모습이 내 미래의 모습 같기도 하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집배원 문씨는 1998년 예천 우체국에서 집배원 생활을 시작해 2006년 영주우체국으로 전입해 영주우체국에서 13년째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다.

문씨는 “집배원들은 과중한 업무에다 이륜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게다가 요즈음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시간 내 배달하려고 무리하다 보면 쓰러지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또 “면 단위는 배달 중 점심시간이 되도 식당이 없어 굶고 배달하기도 한다. 특히 가흥신도시는 물량은 많고 여유인력이 없어 집배원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집배원 문씨와 얘기하고 있는 동안 60대 여자 분이 시위를 하고 있는 김태균 지부장에게 다가와 “아이고 힘들어 어째요. 뉴스 봤는데 공주라든가 우편배달부가 날은 덥고 배달일은 많고 해서 과로사했다 나오디더, 아직 30대 젊은 사람 같던데 요즘같이 더울 때는 너무 무리하지 마소. 한낮에는 그냥 다니기도 힘든데-”라고 위로했다.

한편, 전국우정노조는 집배원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다음달 9일 사상 첫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영주우체국은 51명의 집배원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개팀으로 나눠 영주시 전 지역으로 오는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안경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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