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墨畵

-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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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해커(Arthur Hacker)의 위험에 빠지다(In Jeopardy)라는 그림을 오래 들여다 본 일이 있다.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에 봄나들이를 나온 듯한 여인이 강물에 빠진 양산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림이다. 상상되는 상황이나 이야기가 있어 재미있게 보았던 그림이다. 그 외 그림이 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이야기, 그림 한 점을 두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무진하다.

묵화 한 점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할머니의 마음과 소의 고단한 하루를 읽는다. 시를 읽으면서 연민으로 가득한 시인의 눈길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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