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진(아름다운피부과 원장)

몇 년 전부터 진드기가 파리, 모기 등과 함께 여름철 반갑지 않은 손님들에 추가되었다. 지난 5월에는 우리 지역과 가까운 대구와 구미지역에서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 환자가 발생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기에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이 병은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작은 소 참진드기에 물렸을 때 발병한다. 국내 들판이나 산에 서식하고 있는 작은 소 참진드기 중 약 5%에서 이러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진드기가 사람을 물게 되면 주둥이를 사람의 피부에 고정하고 6~12일간 피를 빨아먹는다. 피를 빨아 먹을수록 크기가 점차 커져, 성충의 경우 1~2일 후에는 쌀알 크기로 발견되고, 간혹 1cm 내외까지 커질 수 있다.

물린 부위의 중심부는 까맣게 변하거나 피부가 헐게 되며 주위에는 점차 붉게 변하고 부어오르게 된다. 진드기가 몸에 박혀 피를 빨아 먹는 동안에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있지는 않으나, 간혹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내 몸에 작은 혹이 언제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제거해 주세요.”라며 진료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진드기는 노출 부위 어디라도 물 수 있어서 두피, 배, 가슴, 복부, 등 부위에도 발생한다. 지난달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도 집 앞 텃밭에서 작업 후 물린 것으로 추정되었기에 텃밭이나 과수원 등 작업이 많은 요즘 우리 지역민들은 예방수칙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우선 밭이나 수풀이 우거진 곳에 가게 되면 피부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날씨가 점차 더워져 힘이 들더라도 긴 옷을 입고 나가야 하며, 풀밭이나 숲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한다면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토시와 장화를 신는 것이 좋다.

작업 중간에 휴식을 취할 때도 풀밭에 앉거나 누워 쉬는 것도 진드기에 물릴 수 있다. 또 풀숲에 앉아 용변을 보는 것도 진드기에 대한 노출이 될 수 있어 피해야겠다. 진드기가 나뭇가지에 있다가 떨어져 옷 사이로 들어가 물릴 수 있기에 과수원 작업이나 등산 시에는 꼭 챙이 넓은 등산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겠다.

농사일 이외 야외에 나들이 갈 때도 돗자리를 준비해 깔고 앉는 것이 좋고, 진드기가 살만한 풀밭, 숲에 가야 한다면 외출 전에 곤충 기피제를 뿌리고 나가면 도움이 된다.

사실 한때 살인 진드기라고 공포에 떨기는 했으나 악명 그대로 물리면 모든 사람에게 불행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증상이 가벼울 수 있으며, 노약자나 면역이 억제된 사람의 경우 위험하다.

진드기에 물린 뒤 6~14일 정도의 잠복기가 지나면서 갑자기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며, 구역질과 복통, 설사와 같은 위장관 증상과 근육통, 피로감, 식욕감퇴 등의 일반적인 몸살감기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고령자에서는 고열로 인해 정신 혼미와 혼돈 등과 같은 신경계 증상이 보일 수 있다. 농사일 또는 숲에 다녀온 뒤 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몸 구석구석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간혹 몸에 붙어 있는 진드기를 발견하고 떼어내고 진료실에 오는 경우가 있으나 가급적 붙어 있는 상태로 내원하는 것이 좋다. 힘을 주어 진드기를 떼어내면 진드기의 주둥이가 피부에 박혀 몸통만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조심스레 진드기를 분리해 내고 난 뒤 보건소에 제출하면 질병관리본부에 보내져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비용 부담 없이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직 예방 백신은 물론이고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았기에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 물린 후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므로 특히 주변 어르신들께 진드기 주의사항을 알려드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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