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즐기며 뛰면서 즐기는 마라톤 동호인 김화수씨

이른 아침 서천 산책로를 걷다보면 유니폼을 입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가벼운 몸으로 달리는 한 장년(壯年)을 자주 볼 수 있다. 영주마라톤클럽(회장 윤태환) 회원 경력 20년의 김화수(76)씨다. 지난 2일 안동마라톤대회를 마친 다음날 그는 만났다.

# 아직 피로가 덜 풀렸을 텐데요
“3시간여를 뛰기 위해 20여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좀 쓰였지요. 12회 안동대회는 약 7천여 명 중 번호 1589번을 부여받고 시민운동장을 출발, 댐 정상부를 횡단하면서 녹음 짙은 6월초 맑은 하늘아래 안동호수와 주변 풍경이 한없이 좋은데다 곳곳에 신나는 풍물소리로 격려를 해줘 낭만을 느낄 정도의 멋진 레이스를 했습니다”

# 이 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정년퇴직 2년 앞두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청장년기를 직장에서 보냈다면 남은 기간은 나를 위해 투자해 보자. 그 중 첫 번째 결심이 건강관리였지요. 그래서 선배의 권유도 있었고 또 노력하면 그 만큼 멋과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운동이라 믿고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작심했던 그때가 바로 겁 없었던 청춘기였나 봐요”하며 허허 웃는다. “강산이 두 번 변한 세월이 지났지만 그 고통과 인내는 사실 말로 표현키 어렵지요. 이를 감수한 결과가 건강을 지키고 매회 출전 후 감사함을 느끼게 되니 행복한 일이 아닙니까?”

# 처음 고비 넘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랬지요. 처음 시작할 때 선배들 조언이 마라톤은 벼락치기가 없다. 과욕과 경쟁은 금물이고 꾸준해야 성공한다. 사실 이 자체가 고역이었지요. 처음엔 5분만 뛰어도 헉헉하며 힘들었는데 그 과정을 얼마쯤 겪고 2시간 넘게 100리 이상을 달려야 한다는 목표아래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항상 규칙적인 운동(달리기, 강한 헬스)을 해야 근육 수축력과 심장박동 증가로 숨이 차지 않습니다. 그 수준이 바로 마라토너의 적응력과 심폐지구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고진감래 끝에 맺은 결실이 지금은 신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회출전과 재미있었던 이야기
“2001년도 소백산마라톤대회 4km에 처음으로 출전했습니다. 그 때 유명선수들과 출발의 차이는 있었지만 같은 행로와 대열에서 뛰고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해를 넘기며 이 대회만도 벌써 16회, 서울 동아, 춘천 mbc, 안동, 제천, 단양 등에 출전 완주회수만 28여회가 되었네요. 기록은 뚜렷하게 남긴 것은 없지만 풀코스를 달려 골인 지점 통과하면서 나도 모르게 두 손 번쩍 들어 올릴 때 그 성취감은 무엇을 주고도 못 사지요. 가장 인상적인 대회는 금년 1월 17일 제 12회 제천의림지 알몸 마라톤대회(5km, 10km)였습니다. 흰 눈이 쌓인 영하의 날씨에 남자들은 모두 윗옷까지 벗고 출전했으니까요. 강철 같은 체력을 지닌 남녀, 가족, 단체선수들 중 나도 일인이란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 앞으로는?
“나이 들면 흰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젊은이들과 함께 뛰는 그 멋, 늘 상상해 봅니다마는 언젠가는 몸 상태에 따라 조절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모두 과격한 운동이라고 걱정해 주니 심사숙고 해야지요. 그러나 최근 들어 마라톤대회가 지자체마다 힐링과 지역특색 홍보축제를 겸한 행사가 되어 한편으로는 관광차원의 재미도 있고 또 대회를 마치고 나서 회원들 간 막걸리 잔(盞) 기울이며 정을 나누는 그 낙(樂)이 적지 않으니 서둘려 멈추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보면 선망할 정도의 당당한 체구에서 에너지가 솟고 60대 같은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보였다.

전우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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