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공수의가 발급한 검안서

 시 공수의 ‘백신 쇼크사’...도 공수의 ‘장독혈증’
시, 보상금 처리 고민...구제역 백신기피 ‘부채질’

구제역 백신접종을 받은 소들이 사산(死産)을 하거나 잇따라 죽으면서 축산 농가들의 백신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전 7시30분 구제역 백신 정기접종을 받은 안정면 단촌리 최모(70)씨 소가 주사를 맞은 지 20분가량 지난 뒤 황소 2마리(14개월령, 시가 550만원 주장)가 거품을 물고 헐떡이다가 한 마리는 불과 40여분 만에 죽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수의사의 도움으로 살아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 2마리가 쓰러지자 최 씨는 백신접종을 했던 공수의(시 지정 수의사)에게 전화했고 급히 달려온 수의사 여모(36)씨는 구제역 백신 응급해독제를 주사한 후 숨을 헐떡이던 황소 한 마리를 살려냈다.

공수의 여 모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 씨의 농장에서 임신우 5마리를 제외한 18마리에게 백신접종을 한 뒤 2시간 가량 지나고 나서 발생한 것이어서 백신 쇼크사로 진단하고 해독제를 주사한 결과 한 마리가 살아났다”며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한 마리는 죽어 있어 백신 접종 쇼크사로 진단서를 발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4시 30분경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북도 축산과 공수의와 시 축산과 담당직원은 부검을 한 뒤 샘플자료를 갖고 현장을 떠났고 최 씨 소의 사체는 환경사업소를 통해 처리했다.

문제는 이튿날 발생했다. 경북도 공수의로부터 구제역 백신 쇼크사가 아닌 ‘장독 혈증’으로 판정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씨는 “50여 년간 소를 키워 왔어도 이렇게 억울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평소 건강하던 소가 구제역 백신 접종 20분 만에 거품을 물고 헐떡이다 40여분 만에 한 마리는 죽었고 공수의가 와서 장독 혈증 치료가 아닌 백신해독제를 주사하면서 죽어가던 소가 살아났기 때문에 이는 분명 백신쇼크사다. 급성 장독 혈증이라면 두 마리가 다 죽었어야 하지 않느냐”며 강력히 반발을 하고 있다.

‘장독혈증’은 소나 돼지, 염소의 장내에 상존하는 세균(클로스트리디움)이 특이한 환경에서 급속히 늘어나면서 그 독소에 의해 통상적으로 12시간 내에 급사하는 무서운 병이다.

30일 오후 시축산과를 방문한 최 씨는 “백신 해독제를 맞고 한 마리가 살아났는데 무슨 장독혈증이냐. 장독혈증이라면 두 마리가 다 죽었어야 옳지 않은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시 축산과 권모 방역담당은 “구제역 접종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엔 죽은 소의 나이와 무게, 임신여부 등을 근거로 시가의 80%선에서 정부에서 보상하고 있지만 검시 결과가 장독 혈증으로 나온 이상 보상이 어렵다”며 “하지만 접종 즉시 2마리의 소가 쓰러졌고 수의사가 백신 쇼크 완화제 주사로 소 한 마리를 살아났다는 점을 고려해 경북도 축산과에 재심의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통상적으로 구제역 예방접종은 4월과 10월에 정기접종을 해 왔지만 지난 겨울 경기도 일원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2월에 긴급 접종이 이뤄졌고 2월 긴급 접종으로 인해 4월이 아닌 6월 정기접종이 이뤄졌다. 

당시에도 큰 소 2마리가 죽고 세쌍둥이를 임신한 9개월령 임신우 한 마리가 새끼를 사산(死産)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달 27일 죽은소 2마리는 80%에 준하는 500만원을 각각 지급했고 사산한 세쌍둥이 임신우는 485만4천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최 씨의 이같은 억울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다수 농가들은 구제역 백신접종 자체를 부정하거나 불안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항체검사를 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백신접종 기피로 항체형성이 낮은 농가에 대해 구제역 보상이나 각종 질병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축산농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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