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방문기, 묘향산·송도·선죽교 등 한시 7편 소개
“만족 알면 욕당하지 않고, 그침 알면 위태롭지 않다”

대한노인회영주시지회(회장 황기주)는 지난 30일 영주시민회관에서 우리고장 출신 정범진(丁範鎭,전 성균관대 총장) 박사 초청 ‘노인지도자의 덕목과 평양방문기’란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장욱현 시장, 황병직·임무석 도의원, 박형진 노인회고문, 정 박사의 지기(知己) 송필현 전 예천교육장, 김장환 전 동양대 한국선비연구원장, 서중일 순흥향교 전교, 권오엽 풍기향교 전교, 서승원 소수서원 도감, 권무탁 유도회장, 각지회 임원 및 각 경로당 회장 등 450명이 참가해 대성황을 이뤘다.

오후 2시 김영기 사무국장 사회로 개회하여 국민의례, 금정진 부회장의 노인강령 낭독, 황기주 회장 인사, 장욱현 시장 축사, 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 평양 방문기
강연에 나선 정 박사는 “안정 줄포에서 태어나 안정초, 영주중, 영주농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하여 우직하게 지금까지 전공을 버리지 않았다”며 “국립대만사범대 국비장학생에 선정되고, 로마교황청 교황선출 방식으로 성균관대 총장에 선출됐으며, 삼성그룹의 성균관대 재단 진입을 성사시켜 비약의 성균관대 초석을 다졌다”고 회고했다.

정 박사는 “총장 재임 시(1998.5) 개성 고려성균관과의 자매결연과 학술교류를 위한 방북이 성사되어 평양, 개성, 묘향산 등 방문기회를 가졌다”며 “그 후 성균관대 개교 600주년(1998)을 맞아 고려성균관 관계자를 초청하였으나 끝내 불참 통보를 받아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정 박사는 현지를 돌아보며 역사를 상고해보고, 옛 선조들의 숭고한 뜻과 기개를 칭송하면서 북한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한시 7편을 소개했다.

그 중 선죽교(善竹橋) 한시 한편을 소개한다. 松岳山風拂杏枝(송악산풍불행지) 송악산 바람은 은행나무 가지에 울고/飛翔柳絮暮春移(비상류서모춘이) 날아오른 버들 솜에 봄날이 흘러가네./忠心耿耿橋頭血(충심경경교두혈) 일편단심 충신의 피 다리 위에 물들어/萬載年年客子悲(만재연연객자비) 만년이 지나도록 길손을 슬프게 하리.

▲ 노인지도자의 덕목
정 박사는 “제 좌우명은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라며 “만족을 알면 욕을 당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어 “증자가 말하기를 鳥之將死其鳴也哀(조지장사기명야애), 人之將死其言也善(인지장사기언야선)이라 했다”며 “새가 죽을 때는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 울음이 애달프고, 사람은 궁하면(죽을 때) 근본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선해진다고 했다. 즉 선(善)을 많이 베풀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 박사는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시를 한 번 들어보자”며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奚추창而獨悲(해추창이독비)’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도 도연명의 삶처럼 전원생활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면서 욕심 내리고 배려하면서 착하게 사는 것이 늙은 사람으로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박사는 끝으로 “오늘 강연(90분)이 어쩌면 80여년 내 인생에서 마지막 강연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름 건강을 챙기며 준비를 했다”며 “고향 분들에게 꼭 하고 싶어서 했지만 부족하고 두서없는 말들이 된 것 같다. 오늘 입추의 여지없이 참석해 주시고 경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 박사의 지기(知己) 송필현 전 교육장은 “가난을 딛고 대학에 진학하고 총장에 오른 친구의 집념와 학덕을 존경한다”며 “노욕을 내리고 베풀고 선(善)한 사회관계를 가지면 100세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강연요지였다”고 했다.

황기주 노인회장은 “우리고장 출신 정 박사님을 초대하여 좋은 말씀을 듣게 되어 우리 모두의 행운”이라며 “박사님은 국가적 큰 사업 외에도 한국한시협회장, 나주정씨대종회장을 지내셨고, 우리고향을 위해 동양대(석좌교수) 선비연구원장, 소수서원 원장 등을 역임하셨다. 정 박사님은 선비의 고장 영주의 자랑”이라고 칭송했다.

이원식 시민기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