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호(전 영주교육장·소백산자락길 위원장)

구성산성의 평면도

구성산성은 영주2동 옛 산성 터에 자리한다. 신동국여지승람에 “구성산성은 돌로 쌓았으며 둘레 1,281척, 높이 9척이며 성 안에 우물이 있고 군창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해발 170m에 못 미치는 작달막한 언덕이지만 이곳에 오르면 영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며 정상에는 가학루란 누각이 있어 북쪽으로 소백산 연화봉, 남쪽으로는 학가산, 동쪽으로는 문수산과 일월산의 기를 받는다.

구성산성은 예전에는 고을 서남쪽에 속했지만, 시가지가 점차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시가지 중간부 위치로 바뀌었고, 서천 건너편에 새로운 택지가 조성되면서 이제는 영주의 중심지를 다지게 되었다.

산의 형태가 마치 거북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구산(龜山)으로, 산기슭을 따라 오래된 성(城)이 축조되어 있기 때문에 구산성(龜山城)이라고도 불리었으나, 일제강점기에는 구성공원이라는 엉뚱한 명칭을 덮어쓰기도 했다.

삼국시대에서 유래하던 산성 꼭대기에다 일제가 가학루(駕鶴樓)를 옮겨 놓고 놀이공원으로 개발하면서 본래의 가치가 많이 폄훼(貶毁)되었다. 그 중심부에 해괴한 놀이골프장까지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관료선정비, 충혼탑, 수해복구기념비, 국민교육헌장비, 부용계기념비 등 본래의 산성과는 거리가 먼 어정쩡한 것들이 집합되면서 산성의 의미가 더욱 훼손되었다.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誌)에는 ‘조선을 창건한 이성계가 홍무갑술년(1393년)을 기해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을별로 산성을 하나씩 쌓았다’고 했는데 구성산성도 그때 쌓은 산성으로 보고는 있으나, 이는 허물어진 삼국시대의 산성을 개축한 것으로 추측된다.

성의 둘레는 대략 600m 정도로 보이며, 이곳은 3면이 강물로 둘러싸인 천연 요새였으므로, 성벽은 서남쪽 한 면만 쌓아올리면 그만이어서, 지금도 성 축조 형태는 서남쪽에 잘 남아있는 편이다. 특히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시대별로 성벽을 개축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어 성벽을 이용한 관찰 공간 및 축성기법을 교육하는 장소로서의 활용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영주는 본래 신라의 날이군(捺已郡)에서 유래하여, 내이(奈已), 내령(奈靈), 강주(剛州), 순안(順安), 영천(榮川), 영주(榮州)으로 변천되는 동안 고려, 조선을 거쳤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영주를 한 때 ‘구성(龜城)’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니 구성산성의 위력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성산성의 성곽으로서의 품위는 서천의 유로 형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 산성 3면의 경사도 형태와 수천 년 불바우를 부딪친 서천 물길과의 관계를 말한다. 오랫동안 서천의 물머리는 불바우를 부딪치면서 양쪽으로 갈라져 흘렀던 것으로 추측되며, 동쪽 유로가 막히면서부터는 불바우 서편 구호마을(봉송대) 쪽으로 물길이 구비 쳐 흘렀다.

인공제방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서천은 그야말로 제멋대로 흐르면서 여러 양상의 하천지형을 잉태했던 바, 그 흔적들은 지금도 오랜 기억 속에 멎어 있다. 서천이 불바우 바위벽에 부딪치며 흐르다가 멎어 내서들 쪽박소(沼)를 형성했던 그런 흔적이다.

또한 반월호(半月湖, 또는 牛角湖)라 부르는 귀내못(귀내보트장), 배자못 등 연못은 평지에서 제멋대로 구비 친 옛 서천의 옛 물길 흔적에 해당한다. 따라서 구성산성은 이러한 서천 냇물의 측방침식에 의해 공격을 많이 받은 불바우, 내서들, 구호마을 쪽이 급경사를 이루어 천연 요새가 되었다. 구산은 이런 자연적인 잔구(殘丘)의 형태가 성채를 축조하기 위한 충분한 조건을 미리 갖추고 있었기에 구산산성이 쉽게 유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류의 터전을 강가로 본다면 영주는 서천에서 인간의 ‘삶’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실재로 선사시대의 휴천동 지석묘, 가흥동 암각화를 비롯하여 삼국시대 벽화낭자의 무신탑(서구대), 가흥동 통일신라 마애불상 등이 서천을 무대 삼았던 것이며, 그 중심에 구성산성이 있고, 구성산성은 거북의 모습으로 수천 년 도(道)를 수련해 왔다.

그래서 지도평면을 펴놓고 보면, 수천 년 거북이던 구산(龜山)은 이제 영락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화신되어 있다. 그것도 금방이라도 출산할 만삭의 여인네 모습으로 너무 생생하다. 수천 년 엎드렸던 거북이가 이제 구녀(龜女)로 환생하여 곧 세계적인 큰 인재를 출산할 것만 같다.

분만실은 차비를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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