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지금 이 좌파는 돈 벌어본 일은 없는 사람들입니다. 임종석 씨가 무슨 돈 벌어본 사람입니까? 제가 그 주임검사였어요. 정상적으로 일해서 돈 번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싸워서 투쟁해서 뺏은 게 있는 거죠. 민변 변호사들 잘 살아요. 어떻게 잘 사냐.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고 해서 소송 걸라고 해서 소송비 받으면 우파 변호사들은 수임을 잘 못하는데... 요약하면 우리는 싸움을 못해본, 나라 살리기만 전념한 사람들입니다.”

위의 말은 지금 제1야당 대표가 지역 행보를 하면서 한 말입니다. 매우 그럴듯한 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과는 매우 다릅니다. 우선 위의 말은 우리사회 구성원을 우파와 좌파 둘로 나눕니다. 우리사회에는 좌파가 거의 없습니다. 지구상에 좌파는 거의 몰락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습니다.

그가 비판하는 사람은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등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회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을 좌파로 분류합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이들도 좌파는 아닙니다. 우리사회는 민주화 세력과 과거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을 뿐입니다.

자기가 임종석의 주임검사였다는 것은 운동권 학생을 잡아들이고 탄압했던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입니다. 우리사회가 이 정도라도 민주화 된 것은 개인의 영달을 포기하고 민주화 운동을 한 운동권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공안검사는 간첩이 아닌 사람을 간첩으로 둔갑시킨 원죄가 있습니다. 그들이 간첩으로 기소했던 많은 사건들이 후에 무죄로 뒤집어졌습니다. 그는 부도덕한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좌파 딱지를 붙여서 탄압하고 재판에 넘기는 게 전문인 공안검사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돈 벌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지만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시절 수배되어 숨어 다니는 기간에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었겠습니까. 매우 힘겨운 젊은 날을 보냈지요.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어서 세비를 받으면서는 돈을 벌었을 것입니다. 민변 변호사들이 잘 산다고 했는데 이것도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회의 변호사들은 억울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무료변론을 많이 합니다. 그렇게 말한 제1야당 대표는 잠깐의 변호사 기간에 전관예우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억울하고 돈 없는 사람을 위해 그가 무료번론을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는 늘 막강한 권력자로 살아왔습니다. 공안 검사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올랐지요.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습니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대개 자기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허물을 반성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허물을 감추려고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정교한 논리로 합리화합니다. 학창시절 다른 사람들 데모할 때 자기는 고시공부 해서 검사가 되어 정상적인 돈을 벌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임종석의 주임검사였다는 것이 그리 자랑스러운 이력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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