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안 최상호(소설가. 본지논설위원)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생각을 하며 공동생활을 꾸려가고 있는데 유독 사람만 생각할 줄 안다고 드러내는 까닭은 아마도 기록을 남겨서 라고 봅니다. 사람은 마음을 문장과 예술로 남길 줄 아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마음은 생각의 산물이고, 문장은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며, 예술은 마음을 승화시킨 노래입니다.

생각이 발전하여 마음이 되고, 마음이 형상을 그려서 일정한 스토리를 갖출 때 문장이 되며, 문장과 콘텐츠가 혼을 담아서 승화할 때 예술이 됩니다. 그러므로 생각은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상상을 창조하며 고민을 다듬는 공장과도 같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은 이기심이고, 상대가 포함된 생각은 사랑이며, 우리가 포함 된 생각은 감성이라 하겠습니다. 생각은 마음을 만드는 공장이며, 마음은 세상을 품은 거리만큼 존재하고 어디든 박차고 나가는 용감한 전사(戰士)이기도 합니다. 생각과 마음은 바늘과 실의 관계여서 생각이 가는 곳에 마음이 따라가고, 마음이 가는 곳에 오만가지 행동이 생겨납니다. 틀린 생각은 마음을 고생시키고, 옳은 생각은 고운 마음과 복을 짓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곱고 바르게 펴는 훈련을 하고, 명상으로 마음에 빛을 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요즘 나이 들어서 문학수업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희가 넘어 한글을 익히고 그 기쁨을 문장으로 나타내어 희로애락을 담은 시집을 펴내기도 합니다. 문장은 마음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작은 문장은 생각을 옮긴 기호이며, 큰 문장은 마음으로 그린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문장도 없고, 문장으로 남기지 않으면 마음도 사라집니다. 한 마음에 하나의 실체만 담아야 진실하고, 한 문장에 하나의 내용을 담아야 의사소통이 쉽습니다.

문장과 성품은 서로 닮은 꼴입니다. 재미있는 마음은 재미있는 문장을 만들고, 날카로운 마음은 그 문장도 날카롭습니다. 착한 마음이 담긴 문장은 남을 감동시키고, 축원하는 문장은 하늘기운으로 남까지 이롭게 합니다.

정치와 경제와 군사 문장은 상대를 이기려고하기에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SNS에 떠도는 문장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이끕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문학과 철학과 종교의 문장은 유순하고 사람을 존중하며 사랑합니다.

역사의 기록은 현재를 돕는 실체를 담고 있고, 인문(人文)의 문장은 평온을 추구하며, 정서의 문장은 감성으로 감동을 줍니다. 사명과 꿈이 담긴 문장으로 가슴을 뛰게 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사물의 본질을 그리며, 평온한 문장으로 성난 세상을 달래는 게 문학의 본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사람의 생각과 문장이 잘 어울리는 게 바로 예술입니다. 예술은 마음의 호수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은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여서, 음악은 몸으로 읽은 소리를 조합하고, 그림은 몸으로 본 색과 도형을 압축하며, 시는 영성이 본 화폭을 펼칩니다. 문장은 마음을 보여주는 예술이고, 예술은 마음과 영성의 교감을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문장은 의미를 바로 드러내고 예술은 의미를 숨깁니다만, 문장은 논리로 마음을 펴고 예술은 편집(編輯)으로 격식을 깹니다.

문장은 마음을 기호로 드러낸 언어의 예술이고, 예술은 대조와 대칭과 파격으로 의미와 감각을 지연시키는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실용적인 미(美)와 생산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예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대 예술은 파격과 파괴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상징적 표현으로 저마다 생각할 기회를 주며, 이미지 노출로 개념이 침투할 여백을 남겨 둡니다. 예술과 문화와 역사가 하나로 어울리면 무궁무진한 가치가 생겨서 문화융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의 독설과 폭언 나아가 망언에 이를 정도로 거칠어졌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리더를 필요로 합니다. 리더는 직선의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신선한 문장과 예술적 감각으로 조직을 이끄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드러난 이들은 마음이 평화롭지 않고, 독기를 간직하고 있어서 입이 거칠고 문장이 날카로우며 전략과 전술로 행위예술만 따르려고 해서 걱정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마음 아픈 5월이 지나가는 중입니다. 산과 들은 아름답게 신록으로 반짝이는데도 유독 사람들 마음만 황폐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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