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수면사(睡眠寺)- 전윤호

초파일 아침

절에 가자던 아내가 자고 있다

다른 식구들도 일 년에 한번은 가야 한다고

다그치던 아내가 자고 있다

엄마 깨워야지?

아이가 묻는다

아니 그냥 자게 하자

매일 출근하는 아내에게

오늘 하루 늦잠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랴

나는 베개와 이불을 다독거려

아내의 잠을 고인다

고른 숨결로 깊은 잠에 빠진 적멸보궁

초파일 아침 나는

안방에 법당을 세우고

연등 같은 아이들과

꿈꾸는 설법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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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연등이 걸렸다. 올해는 불기 2563년이다. 불기는 불멸기원의 줄임말로 부처님이 열반한 해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사실 부처님의 탄생이나 열반 연도는 정확하지 않다. 후대 학자들이 부처의 일대기를 전하는 전기나 설화 등으로 추측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력 사월 초팔일에 행하는 석가모니부처님 탄생일도 나라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월초팔일은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와서 중생들에게 광명을 준 날이라는 뜻이고 연등을 다는 것은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다가올 밝은 미래를 맞이하며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것이고 조상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다. 어느 스님의 설법이 생각난다. 부처는 집안에 있는 것이라고, 가정이 편안해야 나라가 화평하다고, 곤한 아내의 잠을 지키는 시인의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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