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만난 사람] 휴천동 김정만 씨

휴천동 영주시청과 한국철도공사경북본부 건물 샛길로 올라가다보면 우거진 나무 그늘 밑, 낙엽 쌓인 언덕 위에 여기저기 돈 나물(식용)이 심겨져 있다. 이 길을 따라 층층나무 계단을 올라 철문을 지나면 사찰 뒤 계곡에 밭이 있고 그 뒤로 산언덕을 따라 산책길이 형성돼 있다. 바로 이 길이 시청 앞 주민들이 시시때때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인 그야말로 옥(玉)길이다.

바로 이 길가에 키 5cm정도의 어린 코스모스 모종이 심어져 있어 주위를 살펴보니 아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약 30m 거리에서 재미있게 일하는 것 같네요 라고 하니 “일이 아니고 운동입니다” 한다. 퍽이나 소통이 쉬운 사람이었다. 마음 편히 가까이 다가가니 30여 평의 밭에 삼동초, 열무, 고추, 토마토, 가지 등 각종 채소가 심겨져 있다.

시청 앞 동네 산다는 김정만(65)씨로 공직에서 근무하다가 5년 전 정년퇴직을 하고 다시 K종합서비스회사에 입사해 근무 중이다. “평소 산책을 하기 위해 이 길을 자주 다니는데 이곳 유휴지를 보고 나름 활용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소유주의 허락을 받고 경작한지 5년째”란다.

“여유시간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 와 흙을 뒤져 씨앗을 뿌려 가꾸고 자라면 그 열매를 나도 먹고 이웃에도 나눠 먹는 재미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만족감이 크다”면서 소리 없이 씩 웃는 얼굴이 흡사 심성 좋은 촌부 같다.

‘저 길가에 어린 코스모스는 누가 심었나요?라고 물으니 산비탈 양지 바른 곳에 어린 모종들이 한창 자라는 장소로 안내한다.

그는 “이것들이 어느 정도 크면 또 저 길가에 심을 예정”이라며 “이 밭에 각종 채소씨앗을 뿌려 가꿔 보니 자라는 모습이 귀엽고 다 자라면 이웃과 함께 즐겨 먹을 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됐다”면서 “올라오는 길 옆에 심어 놓은 돈나물도 몇 년 뿌리만 잘 붙으면 계속 번져나가 돈나물 밭이 되면 나 아닌 누구라도 필요한 만큼 가져 갈 수 있을 것이고 이 코스모스도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꽃이 피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을 터이니 누구나 아름다움을 보고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호미와 삽을 들고 흙을 뒤지는 소박해 보이는 한 사람의 언행에 값진 인정과 진리가 담겨 있다.

전우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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