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대마도에 다녀왔다. 부산에서 50km 정도의 거리에 있다. 3만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관광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한국인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를 침범했던 왜구의 추억을 빼면 풍광이 수려하고 고요한 섬이다. 미우다 해수욕장 주차장에 두 대의 푸드 트럭에서 관광객에게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었다. 하나는 일본인이 주인이고 하나는 한국여자가 주인이었다.

한국여자는 쉬지 않고 말을 하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에게 자기 것을 팔아달라고 했다. 한국 사람이 왜 일본 사람 것을 팔아주느냐고 했다. 일본이 우리를 식민지 지배했던 일과 독립투사까지 들먹이며 자기 물건을 팔아주어야 한다고 쉬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다. 순간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녀의 행동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가이드를 통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왜 그녀의 말이 불편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한국사람 망신을 다 시키고 있다고 했다. 장사를 할 때는 일본사람 욕을 하면서 정작 자기는 대마도 남자의 첩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점 허가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일본 사람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이용해서 한국 사람에게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애국자인 양 하며 일본에 대한 적대감정을 이용해서 자기의 이득을 추구하는 부도덕함이 불편함의 이유였던 것이다.

작년 4월 27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마주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을 연출한 날이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했다. 한반도에 더는 전쟁이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세계에 선언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도 확인했다. 이어서 9.19합의로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라는 결실을 얻었다.

이 합의에 따라 휴전선 일대의 육·해·공에서 적대행위가 모두 사라졌다. 전방초소가 철거되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설치되어 남북이 상시로 회의를 하며 소통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전쟁 직전의 위험한 상황에서 참으로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으로 설레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남으로써 한반도 평화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다음에 북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하고, 북한은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단계적으로 실행하자는 입장이다. 북미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대한민국에는 남북 대화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은 괴뢰집단이고 적화통일만 노리는 악의 집단이이기에 북이 하는 모든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극단적 반공주의자들이다. 반공만이 절대적 가치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북과 대화하는 우리 대통령을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한다. 북을 적대시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북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이용해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다. 대마도에서 만난 어느 상인의 얼굴이 겹쳐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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