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배한 다양하고 싱싱한 농산물
두 손 가득 먹거리, 구경하는 재미도

부석장이 열렸다. 지난 19일 부석면 소천사거리에 위치한 부석파출소 앞 동구산 광장에는 봄날에만 볼 수 있는 갖가지 채소모종부터 과일, 반찬, 간식, 옷, 해산물, 만물상 등등 작지만 알찬 볼거리가 있는 장이 들어섰다.

장에서 만난 부석면 임곡1리에 사는 할머니들은 새로 시작된 부석장이 누구보다 반갑다. 장터 입구에 서 있는 할머니들 중 한분이 웃음 띤 얼굴로 손에 든 봉지를 살피고 다른 두 할머니는 장터를 다시금 둘러본다.

“뭘 사셨어요?”라고 물으니 오전 일정을 읊으셨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영주시내에 나가 나물과 두릅을 팔고 집에 들어가기 전 부석장이 열렸다는 말을 듣고 장을 구경하려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는 명이나물(산마늘) 모종을 10개 샀다는 한 할머니가 봉지를 열어 보이며 “영주(시내)에서는 비싸게 불러 사지 못했어. 근데 부석장에서는 모종 하나에 1천원을 하네. 그래서 10개나 샀지. 장이 서니 좋네”라며 웃어 보였다.

부석장날은 매달 9일, 19일, 29일이다. 지난달 19일부터 10일에 한 번씩 전통시장이 열린다. 옛날 소천장으로 불렸던 부석 오일장은 1일과 6일마다 열렸다. 1919년부터 장이 서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부석면에 인근한 단산면, 봉화 물야면, 충북 영춘면, 강원 하동면 등 3개도 산간마을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동수단의 발달과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부석장도 점점 쇠퇴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몇몇 상인들만이 장터를 지켜왔다.

그동안 부석면민들은 소천장의 추억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왔다. 장을 따라 이동하는 오일장상인회(회장 오영민)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봉화군 명호면 장터에 갔다가 듣고 부석면행정복지센터(면장 오서락)을 찾아와 부석장 활성화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부석면에서는 면민들의 의견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일장상인회와 부석면 소재지정비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민대식)를 연계하고 행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지원했다. 이에 부석면 소재지정비 사업으로 들어선 동구산 공원의 신설상가 5곳과 광장에 대한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타 지역의 장터도 견학했다.

이렇게 뜻을 같이한 부석면과 오일장상인회, 부석면 소재지정비사업 추진위원회는 사라져가는 전통시장의 명맥을 다시 잇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어갈 부석장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 부석장이 열린 이후
장터에는 먹거리와 공산품, 지역특산물, 잡화, 묘목, 잡곡 등 다양한 판매물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봉화에서 온 상인은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며 이날 부석장에서 팔기 위해 동네 아주머니들과 딴 명이나물 잎과 1년생부터 5년생까지 가져다 놓은 묘목을 보여줬다. 1천원에 판매한 것은 1년생으로 5년생까지 키워야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석장에는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오는 부석, 단산지역 주민들은 물론 오일장상인회원들로 영주를 비롯해 봉화, 원주, 영덕 등 전국에서 찾아온다. 이날도 전날 봉화군 명호장에서 판매하고 부석장으로 왔다.

영덕군 죽변에서 ‘수호성횟집’을 운영하는 표효식씨는 튜브형 수조에 산소를 연결해 방어, 향어, 볼락 등 생선을 담아놓고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서 포장해줬다. 부석장이 열리고 장날마다 회를 사 간다는 한 주민은 “면소재지에 살면서 쉽게 회를 먹어볼 기회가 없는데 장이 선 후부터 꼭 들러서 회를 사요. 오늘도 가족들과 먹을 숭어와 향어를 샀는데 맛이 좋아요”라고 포장한 회를 들어보였다.

옆에 있던 김영심(64. 부석면 소천5리)씨는 “이것 봐요. 얼마나 싱싱한지, 큰 방어머리가 살아서 숨 쉬는 것이 보이잖아요”라며 말을 거든다. 그러고는 “옛날에는 소천장이 많이 섰어요. 같은 부석에 살아도 소천장 인근에 사는 우리는 ‘장터에 간다’고 말하고 임곡리나 조금 멀리 사는 마을에서는 ‘부석에 간다’고 했지요”라며 “오랜 만에 부석장이 서서 매번 찾아와 필요한 것들로 이것저것 사가요”라고 말하고 구이용 볼락을 주문했다.

영주에서 온 상인 이세진(67)씨 부부는 각종 야채를 판다. 한 손님이 오이 4개를 올린 꾸러미에서 2개만을 요구하자 개수대로만 팔았다. 이씨는 “마트에서라면 포장된 만큼만 사갈 수 있겠지만 장에서는 싱싱한 야채를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고 가격할인이 덤이라는 즐거움도 있다”고 말했다. 영주에서 부석사를 가다 들린 한 시민은 햇양파를 사기위해 왔다면서 2천원어치 양파를 구입했다.

부석면 남대리에서 ‘소백산산나물’를 운영하는 홍승덕(57)씨도 부석장으로 명이나물을 팔러 나왔다. 홍씨는 “옛날에는 소천장을 보러왔는데 부석장이 열리고는 내가 키운 것을 팔러왔네요. 남대리 어른들을 몇 분을 봤어요”라며 “어른들이 옛날에는 마구령에 서면 소천장을 보러가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로 많았다고 했었죠. 지난주에는 족발도 팔고 나무묘목도 있었는데 오늘은 안보이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영주에 부석장이 소문이 나서 처음 왔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둘러본다. 3년 전 귀촌한 김학권(53)씨는 안동에서 산수미팬션을 운영하며 아내와 함께 장에서 건어물과 젓갈을 판매하고 있다. 손님이 잠시 뜸할 때는 6년 전 영주로 귀촌해 함께 장에 다니고 있는 친형의 친구가 만드는 뻥튀기를 홍보하려고 봉지를 두 손에 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장터답게(?) 한쪽에는 색이 곱게 초벌로 튀겨진 통닭이 자태를 뽐내고 옆에서는 보리빵과 찐빵, 도넛, 추억의 술빵이 향내를 풍긴다. 농사일을 하다 온 사람들은 새참으로 먹을 간식도 사고 일할 때 편안 옷과 모자, 농사에 필요한 물품도 둘러봤다.

▲ 주말, 야간장터 예정
“부석 오일장은 시장의 기능이 쇠퇴해져 사라져 갔지만 면민들은 다시 시장이 형성돼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었어요. 이를 알게 된 오일장상인회, 부석면 소재지정비사업 추진위원회와 협의해 동구산공원에 조성된 농산물 판매 광장을 활용하게 됐고요. 처음보다 부석장이 점점 규모가 확대되고 있지요”

오서락 면장은 이 같이 말한 후 관광객들도 장에 들리고 영주에서도 부석장을 보러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부석장의 활성화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계획도 밝혔다.

“시범운영으로 주말장터를 열었으나 비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어요. 5월부터는 매주 토, 일요일마다 시장이 열릴 예정입니다. 7월부터는 토요야간시장을 시범운영 후 지속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부석장터에 지역특산품인 영주사과를 비롯한 영주한우 체험장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인데 현재 예산이 확정된 만큼 영주축협과 협의 후 곧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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