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밭골사람들, ‘소백산 산신 덕에 잘 산다’ 믿어
130년 전통 마을신앙, 마을과 출향인 대동화합

소백산 비로봉 가는 길목에 사는 달밭골사람들은 소백산 신령님께 마을의 복운(福運)을 비는 산신제를 3월 9월 상정일(上丁日)에 지낸다. 오늘날 마을의 위기로 동신제가 대부분 사라지고 있지만 달밭골 사람들은 원형 그대로를 이어오면서 정성을 모아 제를 올린다. 특이한 점은 멀리 있어 참제하지 못하는 출향인 400여명도 정성을 보내와 제사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소백산에 폭설이 내린 날 달밭골 산신제에 동참했다.

소백산 산신각

소백산 산신제의 유래
달밭골 산신제를 언제부터 지냈는지 궁금하다. 마을원로 최현관(82) 어르신은 “예전에 의상이비로사에서 화엄경을 설(說)할 때 수천 명의 승려들이 이곳에 기거했다고 전한다”며 “당시에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기도하는 처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 사는 전덕성(76) 씨는 “이곳(비로사)에서 득도(得道)하신 일초(一超)스님 말씀에 의하면 단종복위 사건 때 희생된 사육신 중 성삼문 선생은 태백산에 모시고, 하위지(河緯地) 선생은 소백산에 모시는 등 명산마다 사육신을 한분 씩 모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 최창권(41) 씨는 “해방 후 평안도에서 풍기로 이거한 정감록파 일족이 6.25가 일어나자 다시 달밭골로 숨어들었다는 전설이 바로 저의 아버지(최현철) 세대의 이야기”라며 “아마도 이 무렵(1950년)이나 그 이전에 정착한 정감록 신봉자들에 의해 마을이 형성되고, 이 때부터(1890년경 정감록파1진) 산신제를 지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돼지1마리 통채 진설

산신제 준비
해마다 정월 초 7일이 되면 산신제 유사 2명을 선정하고 축관, 제관을 정한다. 제관은 산신제 7일 전 산신각을 청소하고 주변에 금줄을 친다.

유사 2명은 산신제 2일전 제물장을 본다. 주요 제물은 돼지 1마리(지금은 40근), 백설기, 3실과와 포, 소지지 500매 등을 준비한다. 부녀회에서는 100인분 가마솥 국과 밥 준비를 한다. 최영희(65,금계동) 유사는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소백산신령님은 아주 영험(靈驗)한 신(神)이라고 들었다”며 “당시는 달밭골 사람들(50호) 외 삼가동, 풍기, 순흥달밭골에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가마솥
삽시정저
헌작 3배

소백산 산신제
오전 11시 김만종(71) 제관이 산신각에 촛불을 밝히고 제물을 차린다. 김진선(57) 씨가 돼지머리와 고기를 진설한다. 최창권 씨가 쓴 시도기(誠金접수장부)를 산신각 앞에 붙이면 모든 진설이 끝난다.

맨 앞줄에 유사, 축관, 제관이 선다. 유사가 삼상향 하면 모든 참제자들이 (불교 예에 따라) 3배한다. 제관(김만종)이 신위(산신도) 앞에 잔을 올리면 모든 참제자들이 엎드린 가운데 축관(전덕성)이 독축한다. 축문은 「천지간에 소백산신이 가장 높고 영험하나이다. 동민의 뜻과 정성을 모아 제물을 차렸나이다. 전쟁과 질병과 도둑과 화재를 막아주시고, 백성태평과 화평풍년과 사업성공을 비나이다. 차린 제물과 맑은 술을 많이 드시옵소서」라는 내용이다.

축이 끝나면 모두 3배 한다. 다음은 마을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잔을 올리고 3배한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잔을 올리고 나면 산신각 앞에 소백산 산신령을 수호하는 하위신인 원적봉 산신 등에 대한 상을 차리고 잔을 올린다. 제관이하 3배하면 산신제가 모두 끝난다.

가족 모두의 소지를 올린다
다음은 소지(燒紙) 올리는 순서다. 마을사람들은 멀리 있는 가족들 모두의 소지를 올린다. 최현관 어르신은 “소지란 재앙을 태우는 의식”이라며 “가족 수 만큼 소지를 올리기 때문에 오늘 500여장의 소지를 올리게 된다”고 했다.

이 마을 출신 최현이(78,금계리) 씨는 “재앙을 태우고 나면 희망이 하늘에 닿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산신제 날은 만사를 제치고 산신제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다함께 음복연
마을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음복연을 즐긴다. 산신제에 참제한 김창언(68.전 도의원) 씨는 “저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신제에 참제했다”면서 “해마다 100여명 이상 참가했는데 오늘은 폭설로 참석자가 적은 듯하다”고 말했다.

음복은 가마솥 누룽지를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진짜 가마솥 국밥을 먹는다. 남성들은 산신각 앞에서, 여성들은 부엌 가마솥 앞에서 먹기도 한다.

김만종 제관은 “예전에는 바위 앞에 제단을 마련하고 산신제를 올렸는데 30년 전 산신각을 지었다”며 “당시도 마을사람들이 성금을 모아 산신각을 지었고 몇 해 전 부속건물을 지었다”고 말했다.

산신제에 동참한 소백산국립공원 조기용 팀장은 “달밭골 산신제는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이 행사는 마을사람들과 출향인들이 대동단결하는 축제의 날”이라고 말했다. 참제자들은 돌아갈 때 백설기(음복떡) 봉개를 하나씩 들고 떠난다.

이원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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