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나싱개꽃

- 송진권

몸써리야 그까짓 게 뭐라구

그 지경이 되서두 꼭 움켜쥐구 있더랴

봉다리에 정구지 담다가 팩 씨러져서

아무리 흔들어두 안 일어나더랴

 

구급차 안에서 꼭 쥐구 있더라구

병원 같이 따라갔던 국화가 얘기 안 햐

나물 장사 오십 년 장바닥에 기어 댕기며

맨날 벳기구 다듬는 게 일이라더이

 

이렇게 가구 나면 서방이 알아주나 새끼가 아나

도척이 같구 아귀 같다구 숭이나 보지

우리 거튼 장돌림들이나 그 속 알지 누가 알어

 

심천 할머니 가는 길에 돈 보태며

거기 가서는 언 밥 먹지 말고

뜨신 국밥이라도 사 먹어유

 

할머니 앉았던 자리 보도블럭 비집구

싸래기 같은 나싱개꽃 피는디

나물 장사 앉았던 자리 씨를 받아

드문드문 나싱개꽃은 피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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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을 지나다보면 냉이며 달래며 쑥, 두릅, 씀바귀, 머위잎, 봄나물을 길바닥에 펴놓고 파는 할머니들을 자주 봅니다. 손님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 허투루 쓰지 않고 나물을 다듬습니다. 나물 다듬는 손은 갈라지고 터지고 손톱 밑은 까맣게 물들어 있습니다.

아직 꽃샘추위가 한창이라 길바닥은 차고 몸은 점점 싸늘해져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싸 가지고 온 식은 밥에 물을 말아 급하게 때를 해결하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다. 팔아 줄 물건이 없어 그냥 그들 밥상을 살피며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장돌림 할머니 쓰러진 자리에 흰밥 같이 핀 냉이꽃을 보며 ‘거기 가서는 언 밥 먹지 말고 뜨신 국밥 사먹으라’는 옆자리에서 채소를 팔던 자신도 처지가 팍팍하기는 매한가지이겠지요. 보도블럭 틈 사이에서 핀 냉이꽃도 마음이 짠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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