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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폐지줍기는 없는 사람들끼리 죽기 살기식 전쟁이야”지역 내 폐지줍는 어르신들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9.04.16 14:07
  • 호수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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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약값 보태려 하루 종일 수집 나서
폐지값 하락에 손에 쥐는 건 고작 몇천원
기초연금 줬다 뺏는 정책 개선돼야 한 목소리

“폐지를 줍는데, 어려운 노인들끼리 경쟁이 너무 심해. 늦게 가면 그마저도 없어”

4월이라고는 하지만 영하의 꽃샘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 1일 오전 7시 폐지를 수집하는 지역 고물상 입구에는 4~5명의 어르신들이 바쁘게 드나들었다. 3일간 모은 폐지 30kg을 팔아 1천 500원을 받았다며 동전을 세고 있던 박모(85.기초수급자.영주동)할머니는 “10여 년째 폐지를 주어 병원비에 보태고 있다”며 “지난해 까진 폐지가 1kg에 130원을 쳐 줘 부지런히 다니기만 하면 병원비는 걱정을 안했는데 올해부터는 폐지가 수출길이 막히면서 1kg당 50원으로 폭락해 일주일 내내 새벽같이 다녀도 1만원 벌기도 힘들어졌다”고 절룩거리는 걸음으로 빈수레를 끌고 돌아섰다.

▲ 하소연
가흥동에서 왔다는 이모(82.기초수급자) 할아버지는 “영주시에서 매월 나오는 수급비 51만원으로는 연탄값과 쌀값내기도 빠듯해 힘들지만 약값과 용돈을 벌기 위해 무거운 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며 “어젯밤 TV를 보니 기초연금이 4월부터 5만원이나 올랐다는데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겐 시에서 주는 수급비가 전부”라며 “기초연금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소득으로 따져서 기초연금 51만원에서 공제를 하기 때문에 51만원이 전부야. 줬다가 빼앗는 것도 아냐, 아예 안 주니까, 기초연금 30만원을 더 준다면 왜 거지꼴을 하고 골목을 누비겠어. 다 소용없어” 할아버지의 모습은 차라리 체념상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다른 비기여형 사회보장제도이다. 과거 보험료를 낸 이력이 없더라도 현재 노인이면서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소득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소득에 따라서 최소 2만 5천 원에서 최대 25만 원을 보장한다.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고, 국민연금 도입 당시 가입할 수 없었던 노인을 비롯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한국 사회는 노인 두 명 중 한 명이 가난할 정도로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 7월에 도입한 것이다.

가흥동에서 왔다는 배모(85.기초수급자) 할아버지는 “폐지가 너무 돈이 안돼, 공원주변이나 골목길에서 소주병이나 빈캔, 고철 등을 찾아봤지만 소주병이 100원으로 오른 후 부터는 병을 내놓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불쌍한 사람들끼리 폐지 한 장 더 줍자고 새벽부터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쌀이야 쥐 소금먹듯 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지만 할멈이 거동도 못한 채 집안에 있으니 돈 없는 노인들의 만성질환에 시 보건소가 나서 준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 그리고 사연
다시 산더미 같은 폐지를 작은 손수레에 싣고 온 지모(69)할머니를 만났다. 자식이 많아 기초생활수급자도 못됐다는 지 할머니는 “자식이 셋이라도 돈은 주는 놈이 주지 아무 놈이나 안 줘요, 저 살기도 바쁜데 어미 돌아볼 여유가 있겠어요, 설 추석, 애미 생일에 한 60만원 받아도 병원 몇 달 다니면 늘 빈주머니”라고 했다. 할머니는 “돈이 많은 노인들에게 돈(노령연금)을 펑펑 주지 말고 어려운(차상위급) 가정 좀 도와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이 모두가 돈 못 벌어 놓고 먼저 세상 버린 영감님 때문이다. 그래도 영감 살았을 땐 이런 고생을 안 했는데...”하면서 손수래 아래 칸에 놓인 알루미늄 캔 몇개를 만지작거렸다.

2017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7%이다. 약 743만 명의 노인 중 약 340만 명이 가난하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을 보장받고 있는 노인은 약 40만 명에 불과하다. 300만 명의 노인이 가난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득이 없고 가난한 상태인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비롯한 낮고 까다로운 선정 기준 때문에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사각지대인 셈이다.

유모차에 폐지 몇 장을 싣고 골목길로 접어들던 이모(76.이산면) 할머니는 “폐지를 모아도 고물상까지 갈 능력이 없다”며 “나라님(정부)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기초노령연금)을 퍼붓지 말고 폐지나 농촌에서 나오는 부산물(비닐, 농약병 등)에 보조금을 많이 주고 연중 개인들도 팔 수 있게 해주면 나라(국토)도 깨끗해지고 없는(돈) 사람들 생계에도 도움이 될 텐데 대통령도 없는 사람 심정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 줬다가 빼앗는 기초연금
이에 대해 영주시청 복지정책과 임모 담당은 “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기초연금이나 기타수입 등이 모두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매달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에서 공제가 돼 기초연금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겐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또 “기초생활수급비는 소득이 전혀 없는 1인 가정을 기준으로 매월 51만2천110원이 지급되고 있고 최고(7인 가정) 215만2천110원까지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수급신청자의 소득만큼 차감한 급여액을 지급하는 것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충성의 원칙’이라고 일컫는데, 예를 들어서 수급신청자에게 월 10만 원의 소득이 있을 때 생계급여에서 10만 원을 삭감해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특성에 따른 지출에 대해서는 소득으로 산정하지 않고 있다. 가구원 중 아동이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 지급 받을 수 있는 아동수당이나 장애인연금·수당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특정 가구원의 특성에 따라서 추가 지출이 필요한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기초연금 역시 여기에 포함하면 해결될 문제다.

▲ 기초노령연금 올랐지만 기초수급비는 제자리 걸음
2008년 1월부터 소득하위 70%의 어르신들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되기 시작한 기초연금이 지난해 9월 25만원으로 5만원이 올랐고 올해부터는 ‘소득인정액(본인 및 배우자의 각종 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합한 금액)’이 단독가구 5만원 이하, 부부가구 8만원 이하인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액을 기존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해 지급한다. 첫 지급은 이달 25일이다. 약 154만 명의 어르신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배우자의 기초연금 수급여부, 소득인정액 수준 등에 따라 인상액은 달라질 수 있다. 단독가구 최대 30만원, 부부 2인 가구 최대 48만원이다. 이외 나머지 기초연금 수급 노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1.5%를 반영해 월 최대 25만3750원을 지급한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서도 최대 3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소득하위 40%는 2020년, 70%는 2021년에 최대 30만원으로 인상이 목표다. 하지만 최극빈자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이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물론 보편적 복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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