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인 가족에세 ‘쉼’을 주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웃고 말할 수 있는 변화에 감동
대상자의 잠재성 찾을 때는 보람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은 일상생활의 어려움도 있지만 외부에 의한 마음의 상처까지 더해져 점점 세상과 멀어지고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렇기에 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조금 더 편안한 삶과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행자이다.

지난달 10일 장애인활동보조센터 ‘진원’(이하 센터)에서 만난 장애인활동지원사 황예자(57), 정선남(51)씨는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잠시라도 볼일을 보고 쉴 수 있는 시간”이라며 “장애인들이 집안에만 있다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황씨는 5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이제 1년을 채운 정씨는 맞춤형 감성케어에 능하다. 그동안 장애인들과 동행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 상처로
정선남씨가 처음 돌 본 이는 지체장애1급의 젊은 청년이다. 그는 5살 때쯤 근육이 점점 굳어지는 희귀병을 앓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보행이 가능했으나 이후에는 병이 더해져 본인과 부모에게 어려움은 있었지만 중고등학교까지는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점점 악화되는 병으로 성인이 된 후에는 누워서만 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집안에서 있으니 도움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다. 그러나 돌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본인과 가족의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힘든 상황을 알게 된 센터에서는 대상자로 선정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정씨는 처음 대상자를 만나면 불편함이 덜할 수 있는 기본 돌봄 서비스 이외에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장애가 있어 외부활동이 힘들어도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만날 때 질문을 한다.

대상자와의 처음 만남에서 정씨가 “무슨 꽃을 좋아해요”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던 대상자들도 한참 후 “개나리, 진달래”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고 말한다. 이렇게 그들과 정씨는 한걸음씩 소통을 시작한다. 시를 쓴 경험이 있는 대상자에게는 정씨의 취미이자 특기인 글쓰기로 소통해 다시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왔다.

정씨는 이렇게 장애인과 소통하면서 가끔씩 있는 외부활동에는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외부활동에서 느끼는 장애인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인식에 대해 마음을 다칠 때도 있다고.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가려고 외출을 하면 소수서원, 선비촌, 무섬마을을 방문해요. 그러면 가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냥 지나치면 감사한데 대상자에 대한 필요이상의 관심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죠”

정씨는 한국선비문화축제 기간에 소수서원을 방문했던 때 한 대회에 참가한 어르신들의 시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단다. 어르신들은 몸이 불편해 보이는 대상자가 멀어 질 때까지도 뒤돌아 한참을 바라봤다면서 지식이 높다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높은 건 아님을 느꼈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생각한다는 정씨는 “돌봄이 이뤄지면 병원과 외출도 함께하니 부모들이 자녀를 안심하고 맡긴다”며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못했던 부모들이 마을이나 사회모임이 가능해져 활력을 찾는다”고 했다.

이어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 내면의 변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모르겠다’고 말해도 다시 생각을 전한다”며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도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계기도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기없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성장기에 있는 10대 청소년을 3년간 돌봐온 황예자씨는 가족과는 다른 시각으로 대상자를 바라보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어려운 아이가 있어요. 어느 날 내가 아는 노래를 가르쳐 줬죠. 그랬더니 조용하게 감상하더라고요.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들려줬는데 그 음악이 나오면 한 시간 넘게 이동해도 가만히 들어요. 나중에는 따라 부르더라고요”

이를 본 대상자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말도 못했던 손자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이 이어졌다. 바로 대상자를 위해 산책을 하고 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생년월일과 가족사항을 외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이전에 대상자가 두 차례 정도 집을 나와 헤맸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조부모와 부모의 걱정하는 마음을 알기에 혹시 잃어버리더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을 시작했단다. 이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성과를 보였고 가슴한편으로 안도감과 뿌듯함도 느꼈다.

“한 번은 아이가 집을 나갔는데 여러 곳을 찾다가 못 찾아서 가족들이 내게 전화했어요.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생년월일과 가족사항을 기억한다고 안심시켰죠. 그리고 대상자와 이동하는 코스를 따라가서 바로 찾을 수 있었어요”

대상자의 잠재된 것과 생활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찾아서 교육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황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함이 있으면 변화가 찾아오고 대상자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은 대부분 웃음이 없어요. 다른 자녀가 말을 해도 무반응을 보이기도해요. 그 부모의 삶은 아픔이 있는 아이에게 하루를 집중하기 때문이죠. 그런 부모들에게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잠시라도 삶의 여유를 갖고 편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요”

쉽지만은 않지만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에 도움을 주며 동행하는 지금이 보람되고 즐겁다는 황씨는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장애인활동보조센터 ‘진원’ 소연정 사무장은 “지적장애인 딸과 함께 생활하는 청각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뇌종양이 발견되면서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적이 있다”며 “현장방문을 통해 살핀 환경은 심각했고 엄마가 없어 개인위생 관리를 못하다보니 치아도 없었고 청결상태도 엉망이었으며 건강도 우려되는 심각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돌봄을 받고 난 후의 첫 변화는 일정한 식사로 혈색이 좋아졌고 표정도 살아났다. 대상자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오는 시간으로 자신의 안부도 묻고 위생도 살펴주며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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