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호(전 영주교육장·소백산자락길 위원장)

2018 식목일 청와대 식수

매년 4월 5일은 식목일(植木日)이다. 올해는 이날이 청명이고, 다음날이 한식이다. 토·일요일로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식목 겸 나들이를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절도 백성들의 산림에 대한 경종(警鐘)이 필요했을까, 조선시대에도 임금이 친히 식목행사에 나선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성종이 문무백관을 대동하고 경칩 뒤 길일을 잡아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 나아가 백성들을 격려하고 직접 제사를 지낸 뒤 밭을 갈고 뽕나무를 가꾸었다는 기록이다. 

이날이 1493년(성종 24) 음력 3월 10일로 양력으로 환산하면 4월 5일이 된다. 더욱이 이날은 민족적 경사로,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완수한 677년(문무왕 17) 음력 2월 25일이다. 이날 역시 양력으로 환산하면 4월 5일이다.

이때쯤이면 날씨가 풀리고 화창해져서 농사철이 시작된다는 청명(淸明), 그리고 조상의 산소를 가꾸며 묘소 주변에 나무를 심는다는 한식(寒食)과 대체로 겹친다. 이처럼, 식목일은 계절적으로 청명을 전후하고, 통일성업을 기리는 동시에 왕의 친경(親耕)상 매우 뜻깊은 날이므로 온 국민의 식목축제로 가꿀 필요가 있다.

매년 식목일이 다가오면 나무 목(木,wood)자와 나무 수(樹,tree)자의 쓰임새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은 죽은 나무 목(木), 살아있는 나무 수(樹), 이렇게 구별하기에 식목일(植木日)을 식수일(植樹日)로 고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도 ‘植木’이라는 용어는 여러 번 등장하며, 원래의 한자 ‘木’이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의 상형문자이기에 딱히 「식목일」이 잘못 사용된 용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단다.

현재 북한에는 3월 2일을 ‘식수절(植樹節)’로 쓴다. 중국에는 3월 12일이 ‘식수절’, 일본은 4월 29일을 ‘녹색의 날’, 뉴질랜드는 6월 5일을 ‘National Arbor Day’로, 호주에서는 7월 28일, 7월 30일 이틀을 ‘National Tree Day’로 정해 식목행사를 하고 있다.

사실 세계 최초의 식목 행사는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시작되었다. 헐벗은 산을 본 개척민들이 산림녹화운동을 전개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게 되자 농무장관이 3월 22일을 나무의 날(Arbor Day)로 정하여 축제를 벌인 것이 시초가 되었다. 그 후 1872년 4월 10일에 공식적으로 제1회 식목행사로 진행되었고, 이후 미국 전역과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은 1910년 ‘친경제(親耕祭)’ 때에 순종이 나무를 심은 것에서 유래를 찾는다. 이에 이듬해부터 조선총독부가 4월 3일에 식목행사를 해 오다가, 1946년 미 군정청이 4월 5일을 식목일로 공식 제정했고, 1949년 대한민국 정부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승격시켰다.

처음엔 산림녹화(山林綠化) 사업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애림(愛林)의식고취를 위한 범국민적 식목 행사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1960년 공휴일 폐지, 1961년 부활, 폐지, 부활을 거듭하다가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는데, 그 제외 사유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산에 놀러가서 산불을 내는 피해가 훨씬 더 크다” 여서 가슴이 아려온다.

산림은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인정한 핵심 탄소흡수원이다.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영양분 형태로 나무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게 되므로 삼림을 가꾸면 가꿀수록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줄어듦은 당연하다. 소위 작금의 미세먼지를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말이다. 

<산림국이 미래의 선진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산림은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5.6%를 흡수한다고 한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 대한민국이 어떤 정책으로 미세먼지를 잡아낼 수 있을까? 식목일이 아니라 식목월(植木月)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산림치유원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보유한 우리 지역은 전국 산림자원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곳의 산림 관리와 활용 방향이 전국으로 파급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잘 크는 나무를 새로 옮겨 식재할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다듬어져 가는 산림치유원이나 수목원에 나서서, 조선조 선농단의 ‘친경제’ 행사처럼 친히 묘목을 심어 가꾸는 ‘친식목제(親植木祭)’ 행사를 가질 수는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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