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엄마는 못 말려
-곽해룡

내가 수학 백점 맞은 날
엄마는
팔십 점 맞은 은수네 엄마랑
구십 점 맞은
지호네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몇 점 맞았는지 물어 본다

내가 팔십 점 맞고
은수랑 지호가 백점 맞은 날
엄마는
은수네 엄마
지호네 엄마한테 전화 올까 봐
전화기를 꺼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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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과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을 만나면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습니다. 기분 좋음에 앞서 고수를 만나는 포즈로 접고 들어가 한 수 배우고 싶어집니다. 시인의 동시집을 만났을 때 그랬습니다. 동시집을 수개월 가방에 넣고 다녔던 것은 물론이고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주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눈길이 그대로 전해 옵니다. 엄마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에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오면서도 들킨 엄마의 입장이 되어 부끄럼이 일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자식일 앞에선 유치해지고 비상식적 행동을 서슴없이 순간적으로 하고 마는 걸 어쩌나요? 엄마의 입장이 아니라면 절대 이해 못하는, 엄마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이 많은 일들을 ‘사랑’이라고 바꿔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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