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힘, 박달선 씨

도시락 배달 봉사, 새벽 신문배달 17년째
영주여성합창단원으로도 활동...행복 느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힘은 특별한 지도층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묵묵하지만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에게서 그 힘은 발휘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세상을 바꾸는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사람은 ‘아줌마’가 아닐까. 어머니와 아내, 며느리의 몫을 감당해내며 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아줌마’는 우리에게 든든하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하게 기대고 싶은 존재다. 우리지역에 누구보다도 그 힘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아줌마가 있다. 영주여성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도시락배달 봉사를 하고, 새벽 신문배달을 17년째 하고 있는 박달선씨가 그 주인공 이다.

▲ 내가 그린 풍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만 하며 원하지 않는 그림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그림을 내가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50중반에 있는 저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그린 풍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어요”

영주여성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달선(55)씨는 경산이 고향이다. 19년 전에 남편의 직장을 따라 영주에 와 살게 됐다. 딸 셋을 키우느라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사십을 맞이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영주에 살았지만 집에만 있으니 내가 사는 곳에 대해 잘 몰랐고,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맞이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살림만 하며 살았어요. 그렇게 살다보니 마흔이 될 즈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세월은 흐르고 한 것은 없고, 나 자신을 돌아보니 한없이 허전하여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도서도우미, 17년째 신문배달
박 씨가 마흔을 맞이하며 본인을 위해 시작한 첫 도전은 평생학습센터에서의 독서지도사 공부였다고 한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도서도우미로 막내가 졸업할 때까지 7년을 활동했으며, 가족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일어나 17년째 신문배달을 하고 있다.

“새벽에 하는 신문배달은 나만 일찍 일어나면 되는 일이지요. 가족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나의 노력만 있으면 되는 일이라 좋아요. 쨍하도록 시린 새벽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정말 행복해요. 이 시간이 저에겐 정말 귀중한 시간이에요”

박 씨는 신문배달을 하며 조금씩 남는 신문을 매일같이 모아 판돈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책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용돈을 주기도 한다. 누구하고도 비교하지 않으며 이렇듯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신랑이 책을 참 좋아해요. 저는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해요”

▲ 합창은 화음이 중요한데 사회도 그렇잖아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각자 저마다의 자리에서 모두가 다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박 씨는 3년째 도시락 배달봉사도 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건강조사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수리가 필요한 열악한 환경에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우리가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할 분들이지요. 어르신들의 옛이야기부터 아픈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되지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에는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하면 최선을 다한다는 박 씨는 요즘이 가장 행복한 나날이라고 한다. 2년 전에 시작한 합창단 활동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르며 활력도 생기고 바쁘게 움직이니 그만큼 살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며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화음이 잘 맞으면 전율을 느끼기도 하지요. 합창은 화음이 중요한데 사회도 그렇잖아요.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이 맡은 일에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마흔을 맞이하는 것이 힘든 만큼 오십을 보내는 것도 힘든 줄 알았는데, 언제 지나 간지 모르게 지나가고 있어요.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줍니다”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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