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흥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우리가 사는 마을 어딘가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이 힘겨울 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길은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작은 관심의 시작으로 ‘같이’에 ‘가치’를 더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이 필요합니다.[편집자 주]

찾아가고, 찾아보고 지속적인 관리까지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의식 높여

스스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내비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막다른 길에 들어서서 도움을 요청해도 무관심이 돼버리면 또 다른 상처로 남는다. 말도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홀로 주저앉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의 따뜻한 손길과 말 한마디는 얼마나 고마울까.

▲쓰레기 더미에 살다가
가흥1동행정복지센터는 ‘찾아가는 맞춤형복지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 팀이 첫 사례로 방문한 곳은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의 집이었다. 임대아파트에 기초수급자로 살아가는 70대 할아버지는 시각장애 6급에 건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집안은 본인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쓰레기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사람이 들어갈 공간도 없었다.

당시 맞춤형복지팀에서 방문했을 때 전기차단기를 내려놓고 있었고 냉장고 2대는 고장이 나 사용하지 않았다. 집에서 식사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도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욕실을 사용하지 않았고 특히 변기사용을 하지 않고 오물을 비닐봉투에 담아 보관하고 있었다.

아들과 딸이 타 지역에 살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대대적인 청소를 위해 아들과 통화했지만 본인도 친구들과 함께 청소해 봐도 그때 뿐이었다고 했다.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 보니 쓰레기는 쌓여 가고 할아버지나 아들이 해결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쓰레기가 쌓이다 보니 냄새 등으로 이웃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할아버지의 건강도 염려가 되는 상황이었다. 청소를 위해 아들의 허락을 구했으나 할아버지는 협조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갈등을 줄이고 쓰레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에는 “알았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후 쓰레기더미 속에 홀로 지낸 시간에서 할아버지의 마음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가흥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공무원, 교회자원봉사자 등 민관의 협력으로 대대적인 주거환경개선이 이뤄졌다. 창문으로 하나씩, 방문도 열수 없는 틈으로 꺼낸 쓰레기는 5톤 트럭 2대 분량이었다. 화장실 오물부터 주방, 베란다 등 곳곳을 내 집처럼 깨끗이 정리하자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웃주민, 교회, 복지팀 관계자들이 십시일반으로 그릇, 침구, 의류 등을 교체해 주고 집안은 사례관리 사업비를 지원받아 도배를 하고 장판을 교체했다.

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한 뒤에는 1년간의 관리와 다니는 교회에 정기방문협조 등을 이어갔다고 한다. 최근 할아버지는 초기치매증상으로 인해 아들이 있는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가족힐링숲체험
나눔쌀
마을영화관

▲따뜻한 관심을 마지막으로
70대 독거노인은 한때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기 때 어머니의 재가로 관계가 단절되고 결혼이후 2명의 아들을 낳았지만 남편과의 이혼 후 연락이 끊기고 홀로 생활해 왔다.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다 나이가 들고 외로움에 친구의 고향인 영주로 1천300만원을 들고 이사를 왔다. 보증금 500만원, 가구 등 집기류 300만원을 사용하고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몸 안에 병이 생겼다. 직장암 4기였다. 경제활동을 전혀 할 수 없어 남은 돈으로 의료비 500만원을 지출했다. 할머니의 재산은 그렇게 집을 얻을 때 주인에게 준 보증금이 전부가 됐다.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집주인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남고 다른 입주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점점 늘어난 의료비에 얼마나 살 수 있을지 모를 상황에 놓여 할머니는 영주시에 간절한 도움을 원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알려진 할머니의 사연으로 가흥1동에서는 긴급지원을 연계하고 맞춤형 급여로 의료비 문제가 해결 가능토록 돕고 서비스연계대상자로 선정했다. 병원방문 등 관심을 이어가던 중 할머니는 운명했다.

쓰레기집
쓰레기집
쓰레기집 청소 마무리

▲건강한 일상생활 유지 위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때는 가족과 이웃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남편의 사망으로 홀로 지적장애2급의 자녀와 생활하는 A씨는 본인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친정어머니가 같은 아파트에 살 때는 반찬을 해주고 자주 방문해 A씨의 일상생활은 그나마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친정어머니가 아들이 있는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그나마 유지됐던 생활이 어려워지고 정신질환도 심해져갔다. 정신질환이 심할 때는 환각으로 인해 밤 시간에도 소리를 질러 이웃들의 민원이 들어갈 정도이다.

무엇보다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어 입원치료를 권유하지만 본인이 거부하고 있다. 지적장애 2급인 자녀의 경우는 신체는 건강하고 대화도 가능하지만 복잡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자녀가 기초생활수급비를 관리하는데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워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급비로 미납된 공과금과 휴대폰요금 연체료를 납부한 후에는 당장 쓸 돈도 없는 상태였다.

맞춤형복지팀에서는 A씨에 대해 지속적인 병원치료 확인과 더불어 수급유지를 위한 근로능력평가 조건을 제시하고 수급비를 적절하게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생생활도 건강상의 이유로 식사준비가 곤란해 반찬서비스로 정기적인 지원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A씨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로 방문 시에는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따뜻한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이들에게만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

그런 가운데 1차 방문 시 A씨의 자녀가 취업의지가 있어 연화마을에 연계할 예정이었으나 3차 방문에는 어머니의 수급비 통장을 들고 가출한 상태였다. 생계에 어려움이 생겨 수급비 통장을 재발행하고 비밀번호도 변경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어르신 숲길 나들이
화재집청소
가흥1동 행복나눔가게

▲가흥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가흥1동에는 기초수급자가 780세대로 가구원 수는 1천명이다. 관심이 필요한 독거노인도 1천명 이상이다. 가흥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동위원장 임태진, 권서영)는 지역 내에서도 2016년 시범운영으로 가장 먼저 사각지대에서 어렵게 생활하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관심과 나눔으로 함께 한 대표적 사례는 ‘나하나~ 너하나~ 사랑의 쌀’ 나눔이다. 하나는 내가 사용하고 또 하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부터 어른, 기관단체 등 많은 참여로 지역사회 나눔 확산에 일조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는 경찰서 지구대와 협약을 통해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체육회와 새마을회에서 쌀, 패딩조끼, 내의 등을 전달했다. 첫 정착지로 가흥1동에서 생활하는 새터민들에게는 마을정착에 대한 도움과 쌀 나눔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취약계층을 위해 산림복지녹색기금에 공모해 산림치유원으로 1박2일 가족나들이를 다녀왔고 어르신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가흥1동 단체와 ‘행복 나눔 가게’들의 참여활동도 눈길을 끈다. 통장들의 모임에서 반찬 전달을 계획하고 불이 난 가옥에는 지역단체 회원들이 나서서 도왔다.

영주온천랜드는 출산가정에 목욕쿠폰과 키즈카페 할인권을, 대백마트는 매월 10박스 두유를, 오레시피는 매주 일주일 3회 9가구 반찬지원, 오늘반찬은 월 1회 반찬지원, 대원세탁소는 독거노인들의 생활관리사 연계로 이불무료세탁, 명품찹쌀꽈베기는 비정기적으로 경로당과 독거노인 간식지원에 5천원 쿠폰 50장을 제공하고 있다.

맞춤형복지팀 천순옥 전 팀장과 전은령 팀장은 “기초수급자 중에는 90%가 대부분 우울증을 겪고 생활이 힘들어 ‘주변 정리’로 힘들어 하기도 한다”며 “마을공동체가 함께하는 의미를 알리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나눔 저금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사례발굴을 위해 적극적이지만 이웃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드리기 위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복잡한 환경도 정리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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