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새해가 밝았습니다-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선물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황송할 뿐입니다
다만 두 손 가지런히 맞잡고
절을 드릴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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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에 기억 중에 ‘종합선물셋트’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새해인사 오시는 친척이나 객지에서 생활하던 오빠 언니가 귀향길에 빨강 초록 색끈으로 묶어오던 화려한 포장지 속 그 매혹적인 갖가지 과자의 유혹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아직 다가오지 않는 새 날들이 가득 찬 새해 달력을 받아 들고 마치 종합선물셋트 과자상자를 받아 드는 기분으로 천천히 1월부터 맨 마지막 장 12월까지 넘겨봅니다. 식구들의 생일을 빨간 볼펜으로 동그라미치고 그 밖 집안 대소사를 체크해도 여러 날이 남습니다. 아껴먹던 과자처럼 봉지마다 다른 맛과 향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이 정갈하게 포장 배달된 달콤새콤한 날 열 두 봉지 중 하나를 뜯었습니다. 아직 무슨 맛인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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