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천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꿈꾸는 저금통 전달
우리 동네 어·찾·사 업무 협약식

우리가 사는 마을 어딘가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이 힘겨울 때,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손길은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작은 관심의 시작으로 ‘같이’에 ‘가치’를 더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이 필요합니다.[편집자 주]

지난 10일 휴천1동 한 주택에서 만난 남씨 할머니는 최근 주변의 관심과 애정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힘든 날들이 지속됐지만 추운 겨울에 들어서면서 이웃들의 도움으로 당장에 처한 위급상황은 잠시 해결됐다. 하지만 힘든 상황은 여전하다. 그래도 남씨 할머니는 이웃의 배려와 관심이 있어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삶의 희망을 가져본다.

할머니댁에 방문한 휴천1동 맞춤형복지팀 강흥원 팀장

▲ 거듭된 시련들 속에서
안동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봉화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녔다. 아버지가 ‘여자는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다’며 다니지 못하게 했다. 안동으로 시집을 간 할머니의 삶은 남편의 외도와 가정폭력으로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산에서 실내포장마차를 하고 있던 외숙모를 찾아갔다. 낮에는 외숙모집에서 밥과 청소를 해주고 오후에는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을 했다. 일로 얻은 모든 소득은 자녀들을 위해 썼다.

그러다 친정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의 간병과 일을 돕기 위해 할머니는 봉화 법전으로 왔다. 이곳에서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둘째아들이 부도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게 돼 모든 돈을 아들을 돕는데 사용했다. 그러던 중 친정아버지는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 와중에 남편의 가정폭력은 계속됐다. 할머니는 시동생과 자녀들에게 심한 가정폭력을 행하는 남편과 이혼을 결심했다. 25년 전 일이다. 남편은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다 10여 년 전 사망했다.

할머니에게는 자녀가 3명이 있다. 그러나 모두 힘든 상황이다. 미혼인 막내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 간병을 위해 할머니는 봉화 법전에서 영주로 이사를 왔다. 막내아들도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로 기초수급을 받고 있다.

당시 직장에 잘 다니던 둘째 아들도 빚보증으로 2억 가량 부채상환에 시달리다가 14년 전쯤 퇴사를 했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아 치료하러 떠난다며 할머니 집 앞에 어린 손자 둘을 데려다 놓은 채 잘 키워 달라는 편지만 남겨 놓고 떠났다. 며느리는 행방불명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이다.

현재 할머니는 25만원 월세 방에서 큰아들과 살고 있다. 이전에는 기초수급을 받았지만 미혼인 큰아들의 취업으로 1년여 기초수급도 중단됐다. 그러나 타 지역으로 취업을 갔던 큰아들도 약 8천만 원 부채를 안고 척추협착증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두달 전 영주로 내려왔다. 재취업을 위해 이곳저곳 찾아가봤지만 힘들었다. 없는 형편에 병원비만 더 늘어났다.

자신도 아프고 기초수급의 혜택도 없이, 빚에 허덕이며 월세를 걱정하는 힘겨운 상황이지만 할머니는 쓰러질 수 없단다. 눈물로 키운 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어려운 형편과 상황에서도 잘 자라 준 손자들이 할머니는 대견하다. 군대에 있는 큰손자는 힘든 가운데도 대학에 들어가 스스로 용돈과 학비를 벌고 공무원시험 준비하며 3개의 자격증도 취득했다. 형을 따라 군대에 들어간 작은 손자도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학진학은 못했지만 승강기관리사, 전기관련 자격증, 포크레인 자격증 등 3개 자격증을 취득했다. 손자들 이야기에 남씨 할머니는 잠시 웃음을 지었다.

“어린 손자들이 2020년에 제대해요. 군대에서 나오는 월급도 쓰지 않고 학비에 보태려고 모으고 있대요. 작은 손자는 스스로 벌어서 대학도 들어간대요. 나보고 직장을 잡을 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한다고 항상 말해요”

기초수급을 받아도 생활이 어려웠는데 그마저도 없으니 서울에 사는 동생이 어려운 형편에 10만원, 30만원 씩 몇 번 돈을 보내주기도 했다. 미안했단다. 몸이 아프지만 너무 살기 어려워 20만원을 받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하고 시청에 전화도 했었다. 그마저도 안됐다.

“힘들어도 손자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친척에게 돈을 빌렸어요. 빌리다보니 그 금액도 점점 불어났죠. 좀 전에도 받을 수 있나 하고 와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갔는데 ‘미안하다’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연탄 배달

▲ 지역 민관단체 함께 나서
밀린 월세에 소득이 없고 기초수급의 혜택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할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인 것은 이웃들이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었기에 할머니가 근심에서 벗어나 조금씩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복지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을 찾고 실질적인 맞춤형 도움을 주는 곳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휴천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공동위원장 장원옥, 김삼재. 이하 협의체)는 그동안 지역민과 봉사단체, 기관과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갔다. 협의체는 지난해 5월 ‘우리 동네 어·찾·사’ 추진사업을 위해 기관단체 참여를 유도하고 영주시수도사업소, 영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 한국전력공사 영주지사, 영주경찰서 동부지구대, 남부자율방범대, 영주농협 남부지점, 대성청정에너지 2서비스센터, 영주이웃사랑회, 영주재가노인지원센터 등과 협약을 맺었다. 이후 6월 실무위원 회의를 갖고 11월 복시사각지대 발굴과 지원현황, 사업 등을 공유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동네 복지 사랑방’으로 휴천1동 관내 11개 이·미용실 대표와 협약을 맺고 지역민과 함께 나눔의 의미를 더하고자 후원금 모금을 위한 ‘꿈꾸는 저금통’도 비치했다. 현재 남씨 할머니 댁에는 휴천1동행정복지센터에서 큰 아들의 근로능력평가용진단서 제출을 안내하고 제출 시 재조사를 통해 생계급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긴급구호비로 50만원을 지원해 두달치 밀린 월세를 갚았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긴급지원생계비도 지원했다. 휴천1동 우리동네 어찾사를 통해 지난해 11월 28일에는 KT&G에서 김장김치를, 12월 1일에는 남부자율방범대에서 연탄 200장을 전달해 추워진 날씨에 차디찬 방안에 훈기가 돌았다. 영주이웃사랑회에서는 반찬전달 외에도 아름다운 동행 여행대상자로 추천을 받았다.

청소 전 집안 내부

▲ 관심 기울이고 돌아보면
남씨 할머니와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휴천1동 맞춤형복지팀 강흥원 팀장은 “이웃들이 행정복지센터로 도움요청이 들어와 찾아간 곳으로 한 부모 가정에 어린 자녀를 키우며 생활환경도 열악했다”며 “어머니가 힘든 상황이 계속되니 무기력증에 빠져 어떠한 활동도 하려는 의지가 없었고 강아지를 키워 오물 등으로 인한 역한 냄새가 나는 상황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현재 복지지원이 진행되는 중인 곳으로 아이들의 담임교사도 행정복지센터에 연락을 취해왔다. 각각 다른 상황에 놓인 이웃들에게 휴천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연계협력으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협의체는 저장강박증이 있던 주민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와 보호, 주의 관찰로 중점관리에 들어가고 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병원입원을 도왔다.

또 형편이 열악해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 가스 등이 체납된 가정을 방문한 해결방안과 치매초기 독거노인에 대해 주거환경개선과 재가노인지원 연계서비스, 한부모 가족 장학금 지원, 연탄지원 등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경북행복재단 연구과제와 사업제안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강흥원 팀장은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복지전달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교육과정 개설’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위원들의 지역복지에 대한 열정, 참여도, 복지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의 깊이에 따라 그 지역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성화와 주민만족도의 차이가 많다”며 “민간 위원은 교육기회가 거의 없고 지역복지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 없어 공무원, 민간위원, 주민이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나 민간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교육 과정 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 협의체 운영사례나 특화사업에 대한 사례중심으로 교육하고 읍면동 협의체 위원의 교육과정 우수사례를 특강강사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읍면동 협의체 위원의 교육을 통한 민관협력 네트워크와 전문성 강화, 지역주민들의 교육으로 복지사각지대 사전예방과 발굴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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