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진(아름다운피부과 원장)

고생 끝에 낙이 오듯이 고3 끝에 자유로운 대학 시절이 기다려지는 학생들이 있다. 과거에는 요맘때 대학에 입학하는 여학생들을 위한 ‘화장법 강의’등이 있었으나 요즘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초등학생들마저 화장을 하고 심지어 남성 화장품까지 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새롭게 화장을 시작하는 사람이나, 평소 화장을 늘 해오던 이들에게 화장품에 관해 몇 가지 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선 화장품은 거의 매일 쓰기 때문에 그 한계와 사용 시 주의 사항을 숙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여드름이 있는 사람은 특히 화장품 선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다. 여드름을 감추기 위해 잘 가려지는 커버력이 좋은 화장품을 선택하게 되기가 쉬운데 그렇게 한다면 여드름은 점차 심해지게 될 것이다. 2008년 즈음 국내 한 화장품회사가 쿠션 타입의 파운데이션을 발매했다. 커버력이 뛰어나고 편리하기 때문에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였으며 이제는 거의 모든 화장품회사에서 제조 하고 있다. 아마 주변의 모든 여성이 이런 쿠션 파운데이션을 한 번쯤은 사용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커버력은 모공을 너무 잘 밀폐해 주다 보니 좁쌀 여드름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정확한 통계를 내어 주는 자료는 없으나 대부분의 피부과 전문의들은 쿠션제품의 사용증가가 성인 여드름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모공을 막았던 화장품을 제거하기 위해 너무 세정력이 강한 세안제나 클린징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피부 보호 장벽을 손상시켜 더 여드름을 유발 시킬 수도 있으니 조심스런 세안과 제품 선택이 필요하다.

간혹 화장품에 알러지 반응을 경험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제품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혹시라도 비싼 거라서 아까운 마음에 또는 제품을 계속 사용해서 이겨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피부를 더 망치게 된다. 알러지 반응은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그 이후가 더 심하게 일어나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화장품에 알러지 반응이 자주 일어난다면 제품 구매 시 확인 할 것이 있다. 화장품 표기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법적으로 강제해 놓았기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겉표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본인에게 알러지를 일으켰던 것으로 의심되는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은 피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화장품을 친구들끼리 함께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입술에 많이 생기는 단순포진이나 얼굴 전체에 퍼질 수 있는 편평 사마귀 등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을 통해 옮겨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약이 아니다. 피부에 병적인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먹는 약, 바르는 약 또는 처치 등이 필요하다. 화장품은 구성성분과 함유 할 수 있는 성분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질환의 치료에 이용될 수 없다. 이에 지속적으로 피부과 의사들이 정부에 문제제기하는 사항이 있다. 화장품과 의약품이 필요 사항과, 하는 역할이 명확히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두루뭉술하게 표기해서 마치 특정질환에 화장품이 치료효과가 있듯이 표기하도록 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별다른 주의 사항 없이 임의대로 사용해도 안전한 범주의 것은 화장품으로 분류해 놓았고 의사나 약사의 지도하에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지켜 사용해 특정 질환이 치료될 수 있는 것은 의약품으로 정해져 있다. 마치 플라스틱 장난감 칼은 비교적 안전하니 누구나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장난감 플라스틱 칼을 고기를 썰고 과일을 깎는 용도로는 쓸 수 없듯이 말이다. 고기는 안 썰리고, 과일은 모양이 보기 싫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화장품 또는 의약품의 잘못된 선택은 피부건강을 악화시키게 되고 만다. 이에 아울러 행정가들이 자본의 논리만이 아닌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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