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축복-이정임

열여덜에 시집오니
시아버지 안계시고
시어머니와
시동생 시누 여기 어려운
산림에 힘들게 살고
계셨다. 나도 사남매
스물여덜에 남편 이고
시어머니와 55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서운한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딸처럼 잘
해주셨다
길쌈과 싹바느질로
시동생 시누이 사남매 잘 키우고
지금은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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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병원1층 로비에서 한글 깬 할머니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에 눈길이 머뭅니다. 아마 이 시를 쓰신 이정임 할머니는 안동 무릉에 살고 계신 듯 한데 시의 내용으로 보아 칠십을 넘기신 것 같습니다. 십년을 같이 살고 남편이 떠난 자리에서 오십 오년을 꿋꿋하게 견디며 시어머니를 비롯 시동생 시누이 그리고 자신이 낳은 사 남매를 길러낸 이야깁니다. 담담하게 풀었지만 그 내용 속으로 들어가면 고생이 말도 아니었겠지요. 몸을 바늘처럼 쓰셨겠지요.

가난한 살림에 삯바느질로 식솔들을 책임지고 가장이 되어 살았다고 말하기 보다는 살아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이 시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제목입니다. 제목이 축복이랍니다. 이 기막힌 인생이 축복이라니...... 했다가 다시 생각을 옷자락처럼 붙잡고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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