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동성당한약방 신문웅 원장

소외받고 힘들었던 시절이 떠올라
나눔 40여년, 마음으로 전하는 삶

베풀며 나누는 시간들을 보낸 동성당한약방 신문웅(80) 원장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고 어려운 이웃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가슴 깊이 부모, 형제를 향한 마음이 자리한다.

부모를, 형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 나눔을 통해 가족에 대한 헛헛함을 채워가는 것은 아닐까. 최근 또 다른 나눔을 시작한 신 원장은 한약방 벽면에 현수막을 내다 걸었다.

“인생은 무상하니 무엇이 나인고 다 같이 손잡고 세계평화를 이루세!!”라는 말과 함께 “노약자, 몸이 불편하신 사람, 한 끼 식사가 걱정되시는 사람 등에 한해 선착순 200분에게 자비나눔에서 5천원을 나누어 드립니다”라고. 또 이 나눔은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12시까지 오는 사람에게 전한다고 적혀있다.

2년 전 여름에 음식 나눔을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신 원장을 만났다. 당시 첫 마디가 “나의 과거는 참 불우 했습니다”였다. 그는 어린 9살 나이에 조실부모했다. 함께 의지할 형제도 짧은 생을 살다갔다. 2살 터울인 누나 만이 그의 곁에 남았다. 허전함이 많았기에 시작한 ‘나눔’은 힘겨웠던 지난 시간을 따스하게 덮어준단다.

소외받고 힘들었던 지난 날을 잠시 떠올리던 신 원장은 주변의 도움이 있었지만 불운이 그에게 매번 닥쳐와 삶에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못 다한 효도를 나눔으로 하고 있어요. 옛날 일인데 40대 초반 쯤 어느 날 한 스님을 만났어요. 전생에 불효를 해 부모의 덕이 짧다는 말을 들었죠. 그 이후로 죄 값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깊이 생각했지요”

그날 이후로 40여년을 부모와 같은 어르신들을 위해 그는 나눔의 삶을 살아오게 됐다. 김치를 나누고 식사를 대접하고 800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바닷가도 다녀왔다. 여행은 7~8년간 이어졌고 형편이 어려울 때는 1만원씩 받기도 했다.

“나누는 일이 일부에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춰졌었나 봐요. 예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에 나오려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 차례 찾아와 묻고 서명까지 받아갔지요. 이런 저런 오해와 마음으로 힘든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는 나누면서 오히려 어렵던 생활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의 순수한 나눔이 알려져 한약방을 찾는 손님들도 늘어나면서 한때는 밤 10시까지 일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으로 또 나눴다. 어린이들을 위해 유치원에도 투자하고 나눔 활동을 이어갔다.

“성인의 말에 ‘큰 부자가 되려면 나누어라’라는 말이 있어요. 불교에선 ‘오래 살려면 자비를 베풀어라’라는 말이 있죠. 이런 말처럼 나누면서 내 행복을 찾아가려고 했어요”

그에게 ‘나눔’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지금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고 있다는 신 원장은 얼마 전에 시에서 오래된 가옥을 살린다고 건물 매입 문의가 왔단다. 다행이었다. 봉사의 기회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장 낮은 자세가 좋아요. 어떠한 욕심도 이젠 없어요. 봉사도 힘이 있어야 해요. 이전에는 김치도 담고 음식도 해서 나누고 했는데 이젠 힘이 들어서 못해요. 그래서 음식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 또 다른 나눔을 생각했어요”

그가 불교에서 말하는 것 중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은 살생유택, 사음, 거짓, 도둑, 술·담배·독극물을 취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 하지 않아도 모두에게 평화가 온다고 생각한단다.

“사람들을 대할 때 마음을 잘 써야 해요. 100%를 나누면 100%가 내게 오죠. 나눔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밑지지를 않아요. 이제 새롭게 시작한 나눔을 위해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한약방의 문을 열고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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