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축분더미 1천 개가 녹조 원인 보도
축산농가, 철저한 축분관리...녹조에 큰 영향 없어

최근 영주댐 녹조의 원인이 댐 상류 축산 농가들이 야적한 1천여 곳의 축산 분뇨 때문이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청에서 영주댐 인근의 낙동강 본류와 지류를 지난해 겨울부터 조사했더니 800개에서 1천개 사이의 축분더미(가축의 배설물)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또 “축분 현황 조사와 관리를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데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용역을 사서 각 축분더미들을 쫓아다니면서 GPS로 위치를 파악해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보도내용 대로라면 축산농가가 영주댐 녹조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고 해당 지자체인 영주시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난 18일~20일까지 내성천 일대의 30여 축산사업장과 축분 야적 현장을 돌아보며 농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녹조 주범은 축산농민이 아냐
이산면 지동리에서 한우 8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성모(65)씨는 “축산농가가 내성천 오염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주범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농장이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쌀겨에 설탕과 토옥을 섞어 18일간 발효를 시킨 뒤 축사에 뿌려 악취와 파리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논밭에 들어가도 질소화물 배출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축분 역시 퇴비사에서 발효시킨 뒤 논밭으로 나가고 있으며 축분이 많아 겨울한철 야적을 해도 비닐로 덮어 발효를 시켰다가 봄이 되면 우선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평은면 천본리에서 한우 5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석모(58)이장은 “축사가 있으면 퇴비사는 필수다. 소똥도 자원인데 농사짓는 사람이 왜 버리겠나. 영주댐 측이 댐 주변 50km이내에 1천여 곳의 축분 야적현장을 찾아냈다는 데 확인을 하고 싶다”며 “말이 안 되는 소리로 정직하게 살아가는 축산인들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수면에서 이산면 두월리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안동시 녹전면 원천리에서 한우 1천 마리를 기르는 축산농민이 수백 톤의 축분을 상습적으로 야적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는 그곳으로 향했다. 거대한 공장처럼 큰 축사 헛간에서 자가 사료를 배합하던 이모(35)씨는 “농장대표는 아버지이나 실제 경영자는 자신”이라며 소개한 뒤 “소 1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6천평 규모의 축사에는 2천520평의 퇴비사가 있어야 한다는 설계에 따라 축사를 지었고 퇴비사에서 일정기간 발효를 시킨 축분은 안동시 소재 모 퇴비회사와 위탁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축사 옆으로 지나는 토일천 변에 안동시와 영주댐에서 공동으로 설치한 원격자동채수기가 있어 비만 오면 흘러내리는 마당 물에도 신경이 쓰인다”며 “한 달여 전 수자원공사 직원이 찾아와 축분을 실어 내 주겠다고 말해 황당했다. 규모화를 갖출수록 환경법을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 녹조, 과다한 모래채취와 22%가 넘는 수몰 농지 탓
취재 이틀째 이산면에서 만난 권모(64. 한우 80마리 사육) 이장은 “영주댐의 녹조원인은 댐을 조성하면서 과다하게 실어낸 모래와 함께 사라진 버드나무 탓”이라며 “강물에 소똥을 풀어놔도 그 오염 물질은 5m이내에서 정화가 되며 버드나무 또한 녹조의 주범인 인과 질소를 빨아들여 강물을 맑게 한다. 때문에 내성천은 수 천년동안 맑은 물을 흐르게 했다”고 말했다. 또, 권 이장은 “영주댐은 수몰면적의 22%가 농경지이거나 사람이 살던 마을 터로 녹조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댐을 막아서는 안 되는 지역이지만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지어진 애물단지”라고 말했다.

평은면 천본리 앞에서 만난 볏짚을 묶고 있던 한 어르신은 “요즘 소똥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내성천의 주 오염원은 대단위 양계 양돈단지가 밀집한 봉화군 도촌지역”이라고 귀뜸했다. 기자는 다시 봉화군 도촌리로 향했다.

▲ 도촌마을을 돌아보니
큰 길에서 내려 좁은 도로를 따라 20여분 올라갔을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학교 크기만 한 양계장과 한우를 기르는 축사, 그 축분을 받아 퇴비를 만드는 퇴비공장들이 계곡과 산등성이를 점령하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주택들은 드문드문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 또, 동절기 임에도 머리가 아플 정도의 악취가 마을을 싸고 있었지만 축분을 야적한 곳은 없었다.

마을 입구에서 80대 어르신을 만났다. 과거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었으나 대규모 양계단지와 축사들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사람이 살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어르신은 “악취 때문에 사람이 살기 어렵지만 똥물이 내려가는 것은 보지를 못했다”며 “산 넘어 저쪽에는 수 만 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양돈장들이 밀집해 있어 똥물과 냄새가 말도 못한다”고 석양에 물든 산 너머를 가리켰다.

▲ 영주댐 관계자의 말
취재 3일째를 맞은 기자는 영주댐을 찾았으나 담당자의 출장으로 만날 수가 없었고 우모 담당차장을 전화로 어렵게 통화했다.

그는 “지난해 6월까지 두 번의 시험담수를 했으나 보름 만에 녹조덩이가 물위를 덮으면서 실패한 뒤 지금까지 배사문(모래침식을 막기 위해 강바닥에 낸 문)까지 열어둔 채 내년 1월에 나올 용역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담수 면적의 21%가 농경지여서 댐 조성에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녹조덩이가 끼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치된 축분더미가 1천여 곳 발견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조사에 참여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 차장은 외부 용역결과라고 밝혔다. 또 “지난 5월 대규모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비가림 천막 300개를 긴급 지원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11월 말까지 1천 100톤의 축분을 안동에 있는 퇴비공장으로 실어냈다”며 “대형 양돈 양계장이 많은 봉화 일부지역이 문제가 되고 있으나 한우의 경우 폐수배출이 미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퇴비사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원사례가 없어 사업을 포기했다”며 “지난 달 중순 전국의 환경기자들을 초청 설명회를 가진 것이 축산 분뇨가 녹조의 주원인으로 잘못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농업기술센터 축산과 장모 과장은 “한우분뇨가 녹조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조사결과를 수자원공사 측에 통보했을 뿐 (축분관련) 별다른 자료는 없다”고 했다.

실제 본지는 3일간 댐 상류지역을 돌아봤으나 농한기를 이용해 논밭에 실어다 놓은 퇴비는 다수 발견 됐지만 축분 야적더미는 3~4곳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비닐 등으로 덮여있었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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