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저지레라는 우리말이 있다. 일을 들추어내거나 떠벌려 그르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주로 어린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행동해서 어른들이 수습하기 곤란한 일을 했을 때 쓰는 말이다.

저지레라는 말을 어른에게 쓰지 않는 것은 어른은 일을 처리함이 사려 깊고 신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어른인 통치자들이 한 일 가운데 저지레에 해당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가만히 있는4대강에 보를 막아 국토의 자연환경을 파괴한 것이 그것이다. 보를 없애자니 짓기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고 그대로 두자니 녹조로 인해 강이 죽어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참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다. 4대강 공사의 하나인 영주 댐도 마찬가지다. 댐은 만들었으나 담수를 하려해도 녹조가 생겨서 수문을 열고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댐을 짓고 물을 흘려보내고 있으니 저지레라는 말을 면할 수 없다. 2016년에는 한국과 일본 간에 위안부 합의라는 것이 있었다.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침탈 시기에 우리의 꽃다운 소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갔던 일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일본 돈10억 엔을 받고 다시는 그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기로 일본과 합의를 해 준 것이다.

그것도 다시는 거론하지 않겠다는‘불가역적’이라는 어려운 말을 써가면서 합의를 했다. 그 돈으로‘화해치유재단’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아직 살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덜컥 저지레를 한 것이다.

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은 그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대다수 시민들도 할머니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이에 며칠 전 여성가족부는‘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극우파들은 국가 간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우리 정부에 항의를 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매우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저지레는 하기 쉽지만 뒷수습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와중에 방탄소년단이 입은 옷에 그려진 원폭 투하 그림을 두고 일본에서 발끈하며 나섰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자국의 영토에 왔다고 외교부에 항의를 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징용 피해자 문제는 한일 간에 협상이 있었더라도 그것은 국가 간의 문제이지 피해 당사자들의 배상문제와 무관한 것이다.’라고 말한데 대해서 일본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태도는 문제 삼지 않으며 우리의 일본에 대한 태도에는 왜 사사건건 반응하는 것일까? 일본의 통치자들은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패한 것이지 우리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패한 일본에 대해 패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에게 형용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일본이 우리에게 한 일을 알지 못한다. 그들의 악행을 역사에서 빼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일회담이나 위안부합의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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