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술병을 모으는 남순남 씨

산사춘 미니어처에 매료 돼
10년 전부터 하나둘 모아


당신은‘소확행’ 하신가요? 소확행이란‘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것으로 현대인들의 문화를 이루는 핵심 키워드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행운을 주는 네잎 크로버를 찾느라 행복이라는 세잎 크로버를 짓밟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 여기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우리지역에 작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여러 단체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천개가 넘는 미니어처 술병을 모으고 있는 남순남씨가 그 주인공이다.

▲소를 키우고 텃밭 일구며 부녀회장 활동
“저는 항상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무언가를 이루려고 바둥바둥 살기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게, 안 좋은 것들은 빨리 잊어버리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겉모습보다는 속이 꽉 찬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휴천1동에 살고 있는 남순남(56)씨는 봉화가 고향이다. 친구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 후33년째 이산면에서 살고 있다. 요즘 손자손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남순남씨는 남편이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소를 돌보고 텃밭을 일구고 살림을 맛깔나게 하는 프로주부다.

“우리 마을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으세요. 어르신들이 건강하셔서 오래도록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라는 것은 어르신들과 젊은 세대 간에 유대관계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4년째 휴천1동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남 씨는 부녀회 외에도 여러 개의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좀 더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봉사하며 노력하고 있다.

▲산사춘 미니어처 한 병을 계기로10년째 미니어처 술병 수집
남 씨가10년 전부터 하고 있는 자신만의 취미생활이 있다. 각종 미니어처 술병을 모으는 것이다.

“산사춘 미니어처 한 병을 갖게 되었는데 너무 이뻐서 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했어요. 저는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냥 바라만 봐도 좋아요. 큰아들이 장가가기 전까지 함께 모아주었는데 저의 든든한 후원자였지요. 술 좋아하는 신랑도 제가 모은 술은 절대 건드리지 않아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직 어린 손자 손녀도 술병에는 손도 대지 않아요”

천개가 넘는 미니어처 술병을 수집한 남 씨는 맘에 드는 미니어처를 직접 구입하거나 동호인들과 교환하기도 한다. 또한,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남 씨의 열정이 전해져 지인들이 선물로 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행을 가든 식당을 가든 제 눈에는 제일 먼저 술병이 눈에 들어와요. 안동 이마트나 소주공장에도 가서 구입하고 고려인삼주 미니어처를 구하려고 풍기 인삼시장도 다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가족의 건강 외에는 더 바랄 것이 없어
남 씨는 뚜껑을 따지 않은 온전한 모습의 술병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더 오래도록 그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투명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또한, 휘발성이 강한 양주는 술이 날아가지 않도록 병마개에 커버를 씌운다. 이렇듯 천개가 넘는 술병들은 남 씨의 정성스런 손길을 받으며 거실과 안방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번은 아끼는 술병들을 도둑맞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는 안 좋은 일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집 앞에CCTV도 설치해 놓았다.

“그동안 모아온 미니어처 술병들을 보면 우리나라 주류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지금은 단종이 된 술부터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술병의 디자인과 다양한 이름, 변화해온 과정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요”

10년째 이어온 미니어처 술병 수집에 대한 열정이 아직도 식지 않은 남 씨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그곳은 바로 전라도 목포에 있는 보배소주공장이다. 그곳에 가서 새로운 미니어처 술병들을 수집해오고 싶은 것이다.

“저의 취미생활을 존중해주고 협조해주는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이에요. 지금 이대로의 삶에 만족하며 감사한데, 신랑이 몸 생각해서 술 좀 덜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손자손녀 무럭무럭 잘 자라주면 더 바랄게 없지요.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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