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상(영주문화관광재단 이사)

아주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을 들으며, 935번 지방도를 타고 그곳을 향하는 동안, 그리움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든 가을 도로가 메마른 풍경이었다면, 그리움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동안 내 안의 풍경은 금세 습기로 가득 찼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하나로 표현할 수는 없다. 살아가면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인연과 실타래들이 마치 떨어지는 무수한 은행잎들과 같다고 생각될 즈음, 2018 영주 사과 축제가 한창인 부석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올해 사과 축제가 여느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가을 여행 주간 특별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동안 영주사과축제는 사과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에만 주력했다. 가을에 부석사로 향하는 많은 관광객에게 영주사과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영주를 잘 몰라도 부석사 배흘림기둥은 누구라도 잘 알기에 그 연관성을 엮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축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부석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찰이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어 각별히 그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가 깊어졌지만 거기에 걸맞은 문화행사나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시끌벅적한 개막식을 성황리에 마치고, 그리운 부석사 달빛 걷기 프로그램을 기다렸다. 입구에서 영주문화관광재단 스텝들이 일사분란하게 참여자 명단을 확인하고 부석사 연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미 많은 신청자로 인해 대기명단이 넘쳐났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산사에 어둠이 내려올 때 쯤, 어둑해지는 경계선 너머로 아름다운 노을이 잠깐 빛났다. 추위로 인해 오래도록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이어지는 범종 타종식 때는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하지 못했다. 짙은 침묵 속에서 거친 숨소리를 통해 나와 마주하고 공명하는 범종 소리는 가히 범우주적이었다.

이어지는 등화스님의 참선과 명상에 대한 강의는 부석사 무량수전 안에서 이루어졌다.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초월과 참선의 경지를 맛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문화해설사의 문화재 설명이나 풍경 만들기라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제작한 기념품은 부석사를 그리워하기에는 충분했다. 영주사과의 달콤한 맛에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명상의 소리가 덧칠해져 가을이 되면 그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에게 영주만이 줄 수 있는 산해진미를 대접한 것이 아닌가 내심 흡족했다.

사과축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영주문화관광재단 이사진들과 함께 청송군 사과축제현장을 다녀왔다. 사실 청송군을 처음 갔지만 놀라웠던 것은 청송의 모든 문화자원과 관광지 그리고 주요 문화 컨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축제장 안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과를 판매하는 곳은 주자장 출구 쪽에 몰아놓고 고급스런 사과홍보관을 비롯하여 지역특산물이 백화점처럼 다양하게 전시되어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릴 만 하였다. 독서실과 같은 쉼터와 휴게소를 비롯한 영유아를 위한 공간까지 소비자를 위한 부스와 편의시설이 눈에 띄었다.

청송군은 유네스코 지질공원과 연계한 황금 사과와 공룡 사과로 친근하게 청송군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농업 부서 간 협조가 긴밀했고, 지자체 단체장들의 뜨거운 참여가 축제의 열기를 더해줬다. 하지만 영주사과축제장의 가을분위기는 세계 최고라는 것을 새삼 각인했다.

그동안 영주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에 정작 삶의 쉼표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지나친 욕심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 자원을 쉽게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10년 우리 영주가 세계 속에서 싹틀 수 있는 문화 축제를 다듬어야하겠다.

영주 축제를 한 인간의 신체로 비유해본다. 5월에 이뤄지는 선비문화축제는 올바른 정신을 일깨우고 인간의 마음과 뇌를 쉬게 할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월에는 풍기인삼축제는 인삼 향으로 인간의 심장과 후각을 건강하게 하는 테라피 프로그램으로 심화하고, 무섬외나무다리는 윤도 박물관과 연계하여 인간의 눈과 귀를 밝혀 줄 별빛 프로그램을 심화 시키면 될 것이다.

사과축제는 인간의 혀와 귀를 자극하는 부석사 달빛 걷기와 같은 체류형 프로그램을 보강하여, 오감으로 기억되는 영주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각 축제는 인간의 신체와 같아서 결코 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니 서로 연계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겠다. 각 체류형 프로그램을 주제로 이야기를 엮어서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소규모 공연 컨텐츠로 특화 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사과축제 관광객 수가 13만이라고 집계가 나왔는데, 한 해 영주로 오시는 축제 관광객을 100만을 목표로 전체적이고 유기적인 축제 로드맵을 그려내야겠다. 그동안 축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예산만 낭비하고 지역민들이 소외되는 부정적인 축제로 인식되었다.

한 지역만 들러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우리 지역만이 줄 수 있는 치유와 느림의 미학을 고급스럽게 전달해줄 필요가 있다. 가을로 향하는 935번 지방도를 지날 때면, 부석사 범종루에서 목어와 범종을 두드리는 노을빛 광경과 그 오묘한 소리를 떠올릴 것이다. 새로운 그리움이 쌓이고 영주사과의 달콤함에 취할 것이다. 그것은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그리움이다.아주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을 들으며, 935번 지방도를 타고 그곳을 향하는 동안, 그리움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든 가을 도로가 메마른 풍경이었다면, 그리움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동안 내 안의 풍경은 금세 습기로 가득 찼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하나로 표현할 수는 없다. 살아가면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인연과 실타래들이 마치 떨어지는 무수한 은행잎들과 같다고 생각될 즈음, 2018 영주 사과 축제가 한창인 부석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올해 사과 축제가 여느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가을 여행 주간 특별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동안 영주사과축제는 사과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에만 주력했다. 가을에 부석사로 향하는 많은 관광객에게 영주사과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영주를 잘 몰라도 부석사 배흘림기둥은 누구라도 잘 알기에 그 연관성을 엮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축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부석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찰이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어 각별히 그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가 깊어졌지만 거기에 걸맞은 문화행사나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시끌벅적한 개막식을 성황리에 마치고, 그리운 부석사 달빛 걷기 프로그램을 기다렸다. 입구에서 영주문화관광재단 스텝들이 일사분란하게 참여자 명단을 확인하고 부석사 연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미 많은 신청자로 인해 대기명단이 넘쳐났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산사에 어둠이 내려올 때 쯤, 어둑해지는 경계선 너머로 아름다운 노을이 잠깐 빛났다. 추위로 인해 오래도록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이어지는 범종 타종식 때는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하지 못했다. 짙은 침묵 속에서 거친 숨소리를 통해 나와 마주하고 공명하는 범종 소리는 가히 범우주적이었다.

이어지는 등화스님의 참선과 명상에 대한 강의는 부석사 무량수전 안에서 이루어졌다. 쉽고 일상적인 언어로 초월과 참선의 경지를 맛보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문화해설사의 문화재 설명이나 풍경 만들기라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제작한 기념품은 부석사를 그리워하기에는 충분했다. 영주사과의 달콤한 맛에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명상의 소리가 덧칠해져 가을이 되면 그곳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았다.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에게 영주만이 줄 수 있는 산해진미를 대접한 것이 아닌가 내심 흡족했다.

사과축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영주문화관광재단 이사진들과 함께 청송군 사과축제현장을 다녀왔다. 사실 청송군을 처음 갔지만 놀라웠던 것은 청송의 모든 문화자원과 관광지 그리고 주요 문화 컨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축제장 안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사과를 판매하는 곳은 주자장 출구 쪽에 몰아놓고 고급스런 사과홍보관을 비롯하여 지역특산물이 백화점처럼 다양하게 전시되어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릴 만 하였다. 독서실과 같은 쉼터와 휴게소를 비롯한 영유아를 위한 공간까지 소비자를 위한 부스와 편의시설이 눈에 띄었다.

청송군은 유네스코 지질공원과 연계한 황금 사과와 공룡 사과로 친근하게 청송군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농업 부서 간 협조가 긴밀했고, 지자체 단체장들의 뜨거운 참여가 축제의 열기를 더해줬다. 하지만 영주사과축제장의 가을분위기는 세계 최고라는 것을 새삼 각인했다.

그동안 영주에서 이루어지는 축제에 정작 삶의 쉼표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지나친 욕심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 자원을 쉽게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10년 우리 영주가 세계 속에서 싹틀 수 있는 문화 축제를 다듬어야하겠다.

영주 축제를 한 인간의 신체로 비유해본다. 5월에 이뤄지는 선비문화축제는 올바른 정신을 일깨우고 인간의 마음과 뇌를 쉬게 할 수 있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월에는 풍기인삼축제는 인삼 향으로 인간의 심장과 후각을 건강하게 하는 테라피 프로그램으로 심화하고, 무섬외나무다리는 윤도 박물관과 연계하여 인간의 눈과 귀를 밝혀 줄 별빛 프로그램을 심화 시키면 될 것이다.

사과축제는 인간의 혀와 귀를 자극하는 부석사 달빛 걷기와 같은 체류형 프로그램을 보강하여, 오감으로 기억되는 영주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각 축제는 인간의 신체와 같아서 결코 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니 서로 연계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겠다. 각 체류형 프로그램을 주제로 이야기를 엮어서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소규모 공연 컨텐츠로 특화 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사과축제 관광객 수가 13만이라고 집계가 나왔는데, 한 해 영주로 오시는 축제 관광객을 100만을 목표로 전체적이고 유기적인 축제 로드맵을 그려내야겠다. 그동안 축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예산만 낭비하고 지역민들이 소외되는 부정적인 축제로 인식되었다.

한 지역만 들러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우리 지역만이 줄 수 있는 치유와 느림의 미학을 고급스럽게 전달해줄 필요가 있다. 가을로 향하는 935번 지방도를 지날 때면, 부석사 범종루에서 목어와 범종을 두드리는 노을빛 광경과 그 오묘한 소리를 떠올릴 것이다. 새로운 그리움이 쌓이고 영주사과의 달콤함에 취할 것이다. 그것은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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