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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자미 시인의 詩읽기[28] 노숙권자미 시인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11.27 09:32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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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 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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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 유체이탈 같은 것을 느낍니다.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놓고 육체를 안쓰럽게 내려다보는 나를 봅니다. 내가 내 몸을 안쓰러워하는 일, 일생동안 가난한 나를 말없이 따라 다닌 몸은 불평이나 불만하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사는 일에 급급해서 함부로 끌고 다니면서 혹사를 시켰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몸에 대해 미안해하거나 고마워하는 일이 없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병원 침대에 누워 아픈 몸을 보며 늦은 후회를 합니다. 너무 함부로 썼구나 내 것이라서 소중히 돌보지 않았구나 비로소 몸을 걱정합니다. 시는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이 아득하다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 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몸에게 묻는다고 합니다. 너무 가슴이 서늘하여 소름이 돋습니다. 더 늦기 전에 더 미안해지기 전에 내가 데리고 다니는 몸은 평안한지 살펴봐야 겠습니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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