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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프리즘[113] 이분법과 양비론권서각(시인·문학박사)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11.27 09:36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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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가 주요 소식으로 오르내린다. 정부에서 임명하는 공공기관의 장이나 사외 이사, 감사 등의 자리를 말한다. 민주정부라고 믿었던 문재인 정부도 권력을 잡으니 전 정부와 다르지 않게 정권창출에 기여한 자기 펀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정권이나 저 정권이나 권력만 잡으면 다 똑같다는 것이다. 양비론이다. 양비론(兩非論)은 둘 다 옳지 못하다는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갔을 때 한 지인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만 바뀌면 대통령이 감옥에 가네. 문재인도 임기 끝나면 감옥에 보내면 되겠네.” 이렇게 말한 지인은 물론 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수구 편의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성향은 오랜 세월 이편과 저편 둘로 나뉘어져 있다. 이편 아니면 저편이고 자기편이 아니면 묻지도 말고 적으로 여긴다. 이분법적 사고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길들여져 왔다. 세계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의식구조를 형성해 온 것이다. 세계는 참으로 다양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는 내편 아니면 남의 편이라는 두 가지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병리현상은 분단이 가져온 비극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공공기관의 사외 이사나 감사는 공기업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권력자들이 이 자리를 자신들의 전리품인 양 낙하산 인사로 채운 것이 사실이다. 현 정권이 야당일 때는 전 정권의 낙하산에 대해 국회에서 따지다가 정권을 잡자 전 정권과 다르지 않게 낙하산 임명을 했다. 
우리는 이를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둘 다 똑같다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가? 혹은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없는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냥 둘 다 똑같다고만 하는 것은 양비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은 다른 점이 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다. 그러나 여전히 군부 독재는 계속되었다. 1991년 봄 대학생 강경대, 박승희, 김영균, 천세용, 박창수, 김기설, 윤용하, 이정순, 김철수, 정상순, 김귀정이 민주 제단에 스스로 꽃다운 목숨을 바쳤다. 이에 위협을 느낀 권력은 ‘유서 대필 사건’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김기설의 유서를 강기훈이 대필해서 죽음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죽음은 불순한 좌파 세력들이 순진한 대학생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에야 이 사건은 당국이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서 강기훈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징역을 살았고 그의 생은 망가진 후였다. 이처럼 조작한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한둘이 아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참으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이 정권도 그런 조작을 할까? 전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에서 양비론과 이분법적 사고는 버려야 할 유산이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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